꿈은 미루어진다.
montazu
2002.07.25 12:16:57
사는게 재밌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유를 들어보면 그건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사는게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의 이유 또한 한치 앞을 모르기 때문이라 합니다. 즉, 사는 건 생각하기 나름이라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 않나요?
크랭크인을 앞두고 밤 낮으로 일하다 어느새 여기저기 안쑤시는데가 없어지고 어느새 사무실은 낑낑거리는 환자들로 찬 응급실 같습니다. 감독님이 제안을 하나 하셨지요. "단체로 포도당 주사나 맞으러 가자." 캬캬... 전 늘 겨울에만 일해서인지 단백질 만으로도 버틸 수 있었는데, 여름 작업이라선지 입 맛도 안땡기는데 정말 도리가 없는 것 같았더랬죠. 우린 또다른 계획 짜기에 돌입했죠. "언제 주사 맞으러 갈래?", "우리도 휴가를 가자." 시나리오든 콘티든 핑계삼아 물에 발이나 담그자고...
그러던 어느날 정말 우리에게 휴가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주연 캐스팅을 다시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이젠 다 되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엔 배우분이 무리한 조건을 답니다. 차라리 캐러를 많이 달라했음 문제는 이게 아니었을텐데... 주연 캐스팅을 다시 해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하고 보니, 서두르다간 실패하기 딱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술 부분에 있어서도 시간이 짧은 만큼 많은 부분을 감수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일이 이렇게 되면 생각이 달라지겠지요.
저녁에 감독님이 닭꼬치에 소주 한잔 하자 하셨지요. 모두가 맘이 얼얼했더랬죠. 소주를 마시고 당구를치고 또 맥주를 마셔도 그저 얼얼할 뿐이었더랬죠. 다행히 비가 온 덕에 우린 "비가와서 술한잔 하고 싶었을뿐이야."라고 중얼거리곤 했지염.
우울하냐구요? 물론 다음날 이제서야 먼가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어떤 충격에 모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죠. 정말 기분 이상하더군요. 뭘해도 웃을수 없는 기분. 하지만 우리가 누구게요. 우린 입버릇처럼 늘 정상이 아닌 인간들이라고 말하곤 하지염. 그러니 이런 정상적이진 못한 일이라고해서 뭐 별일 있겠습니까?
그 다음날로 우린 피씨방모드로 전환했답니다. 캬캬캬...
데스크탑엔 스타크래프트를 비롯한 각종 게임과 노트북에선 한게임등 온라인게임들이 깔리고 조감독님은 드디어 플레이스테이션을 가져오셨지염. 캬캬... '이걸로 수익사업이나 해볼까?' 잔머리를 굴려봅니다. 이번주는 이렇게 보내기로 했답니다.
요즘은 제작부랑 연출부랑 보드에 낙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지염. 얼마전에 "꿈은 이루어진다"란 문구가 씌여 있었는데, 어느새 "미루어진다"로 바뀌었더군요. 그래도 사라진게 아니란 것에 조금은 위안이 되기도 하는군염. ^^;;; (그 분의 꿈이 황산벌의 무사안일 촬영 이었는지, 뻐꾸기2 역의 출연이었는지는 알슈엄찌만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