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eyethink 2002.01.01 01:53:02
오랫만이네요. 새해라는데... 올해는 도무지 아무런 감상이 없네요.
있다면 나이 먹는 것에 대해 첨으로 느끼는 당혹감과 성남이라고나 할까요. 누구랑 수다라도 떨고 싶은데.. 암도 없네요.

저는 중간중간 촬영 현장을 빼먹습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내가 게으르거나 뭐, 문제가 있다거나 그래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산이란 놈 때문이지요.
제작부인 관계로 더구나 회계일을 도맡아서 하고 있는 관계로
2주에 한번씩 투자사에 넘기기로 한 정산서들을 다 만들지 못하면 안되거든요. 여기서 정산서란 단순히 영수증들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정산 포맷에 내역을 하나하나 기입하는 것과 정산서 상의 잔고와 통장의 잔고를 맞추는 등 정말 체질에 안 맞는 숫자놀이들이 포함되는 일들이지요. 아마 이 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제 심정 충분히 이해가 가시리가 믿습니다. 그래도 첨엔 숫자놀이 하느라 현장 못나가는 게 짜증도 났었는데 이젠 또 그러려니 합니다. 이것도 배워야할 일이지 싶어서.

암튼, 제가 현장에 나가지 못한 첫날 사건이 벌어졌더군요.
지난번 새벽녁에 아주 약간 눈이 내렸던걸 기억하시나요?
그 날이었나 그 다음날이었나 우리 식당차가 현장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그만 굴러버렸지 뭡니까.
제가 누차 말씀드렸지요? 난곡이란 동네의 가파름과 불안한 길들에 대해서. 마주오는 봉고한테 길을 내주려다 그만 그런 사고가 나버렸다네요. 차의 문짝 하나가 다 날라가버리고, 마침 사고를 바로 앞에서 목격했던 임창정씨는 식당차 아저씨가 진짜로 즉사한 줄 알았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더군요.
다행히, 정말로 하늘이 도와서 아저씨는 별로 다친데 없이 다리에 타박상만 살짝 입으셨답니다. 문짝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날렵하게 몸을 피신시킬수 있었다네요. 이런 것들이 다 우리 해적....의 복이 아닐까 합니다. 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