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요속에 묻히다..

shotreverseshot 2001.06.15 12:21:28
황기석입니다.  그동안 제작일지를 올리지 못한점, 사과 드립니다.  저와 저의 촬영부원들이 번갈아 쓰고 있지만 밤촬영으로 접어들며 시간을 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벌써 10회차가 넘어버린 '와니와 준하'.  계산적으로는 1/5의 촬영이 진행 되었어야만 하지만 찍힌 영화의 분량은 1/10정도 라고 예상 됩니다.  아직은 원활한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있지만 좁은 공간, 짦은 밤, 쉽지않은 감정표현.. 등등 힘든 고갯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를 하면서 아직 한번도 일정을 5회이상 빗나가 본적이 없지만  이번은 조금 길어지지 않을까 하네요.  더위를 못참아 에어콘을 세트장에 들요올것을 요구 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더운데 소리가 유난히 심한 카메라 덕분에 녹음부 (세트에 잡음이 많아 잡음부라고 불리기도함)가 준비한 담요에 묻혀삽니다.  제작팀에선 '원래 세트장은 그럴수밖에 없지않느냐' 하더군요.  그래서 '아니요'하고 대답했습니다.  다음날 촬영장에 가보니 에어콘이 와있더군요.  제작진에 감사드립니다.  

촬영장소인 후암동은 시간이 무심히 지나간 자리에 아직도 내가 이민을 떠났을 때의 서울을 연상케하는 곳입니다.  동내사람들은 때로는 친절하고, 또 때로는 투박하고, 호기심에 무단히 세트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종종 미군들이 차를 몰고오다 스탭들의 '헤로루'를 난사 받고 가기도 합니다.  가끔 한국아이같은데 영어로 대화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우리 스탭들도 가끔 한국사람같은데 외래어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댕깡'하기도하고 '나메'걸기도하며 '데바이샤'를 닫고 '시보리'를 짜며 (가끔 변형된 상태로 '시보리'를 주고 받기도 합니다) 오늘도 '요이 스따뜨'를 외칩니다.  이런이들과 같이 할수 있다는게 오늘도 담요에 묻혀 일할수 있는 힘이 됩니다.  오늘도 우린 세트를 '와리바시'하고 카메라를 '쓰메끼리'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