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리 궁상이었던 하루..
cryingsky
2001.06.30 03:17:31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였어요..
비는 억수같이 쏟아 지는데.. 일은 끝이 나질 않고..
그렇다고 잘 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 가서 이말.. 저기 가서 저말.. 하니라.. 정신이 없었네요..
마리 이야기 작업 하는 동안..
하루에 제작실을.. 각기 다른 일로 세번이나 방문하긴 처음이예여..
정말 궁상스러웠던 하루였어요..
서로의 입장들이 명백히 다를 땐, 합의가 도저히 안되고.. 공회전만 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 입장들이 다 이해가 가는 상황이라면,
그 때 여러분들은 어떡하시겠어요?
대의에 따라야겠죠... 다르다는 부분들을 계속 설득시키믄서..
하지만.. 그 일은 생각만큼 쉽진 않는 것 가터요.
그래서인지.. '무대뽀주의'가 만연한 세상이 된것 같기도 하고..
마케팅과..실제작은 틀린거지요... 그렇지만.. 실제작의 힘을 빌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나.. 원쏘스 자체가 중요한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더더욱 그런 것 가터요..
벌써 6달째 속을 썩이는 꺼리가 하나 있어요.. 두번째 포스터랍니다..
바로 전 뚱이 쓴 글에 깔려 있는 그림은.. 저희의 영문 포스터 1탄이예여..
그 포스터를 만들 때만 하더라도 두번째 포스터 작업이 6달 이상 갈거라곤 생각을 못했지요.. (아.. 그때가 좋았지.. )
감독님께서 일일이 지적하시고..2D 3D 팀들이 다.. 붙어서 한 작업이었거든요..
작업 초반부라.. 지금보다는 여유가 있었던 때였고.. 성공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되는 원화를 가지고 포스터 디자인을 해서.. 작년 부산영화제 때 처음 선 보였더랩니다.
근데.. 두번째 포스터 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제작 일정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마케팅을 위한 별도 쏘스 작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점점 없어지고.. 감독님께서는 포스터에서 더더욱 작가로써의 본인의 색을 살아나기를 원했던 터라, 국내 관객에게 선보이고자 하는 상업용 포스터의 컨셉을 제작실 내에서 잘 받아 들이지 못하게 되는 예측불허의 상황이 발생했답니다.. 흑흑..(감독님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가지요.. )
컨셉 제안(마케팅팀) --> 시안 요구(제작실) --> 1차 시안 제안(마케팅팀) --> 간단한 합성(제작실) --> 재작업 부탁 (마케팅팀) --> 좀 더 구체적인 2차 시안 제안(제작실) -->
쏘스를 합성한 디자인실 자체 합성(마케팅팀) 및 교정 보기.. --> 마땅치 않아 제작실에 3차 시안 제안 (마케팅 팀) --> 그림 작업(제작실) --> 그림들을 다시 재합성한 최종 디자인(마케팅팀) --> 현재
포스터 한 종류를 놓고.. 저희가 해 왔던 과정이예여..
실사라면 별도 사진 작가를 붙여서 포스터 사진을 찍곤 하겠지만..
창작자의 손을 거치지 않고 포스터 그림을 다른 이가 그렸을 때 애니메이션 포스터의 그 어색함이란.. 그 참 슬픔이거든요..
미국에서는 초반 부터 아예 포스터 작가를 작업실에 별도로 두고
각 시점마다 그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고 하대요..
(라이언킹이나 이집트 왕자 뮬란 등이 그렇게 나온 포스터일거예요)
저희는 그러고 보면, 포스터 제작에 있어서 참 편안하게 생각 했었던 것 같아요..
일정에 쫒기는 제작실과 훌륭한 원쏘스를 바라는 디자인실 모두를 피해자로 만드는 나쁜 마케팅 팀장이 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손을 썼어야 했는데.. 이제서야.. 위와 같은 방식으로 작업 하면 정말 안되겠구나.. 하는 반성이 뼈에 사뭇히네요..
(애니메이션 포스터는 '인위적 합성!"으로 영화의 느낌을 제대로 살리는데에는 한계가 있답니다)
비 무진장 오는 오늘 밤..
제작실 옆 포장마차에서 감독님과 아주 많은 술을 먹었답니다..
(원래 술친구라.. 자연스러웠긴 했지만.. )
날씨도 꿀꿀하고.. 일도 꿀꿀해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술먹자~' 햇지요.
6달을 달고 다닌 포스터 그림 제작 이야기가 역시나 나왔어요..
자꾸 본인의 감정과 판단이 들어가게 되서.. 원하는 그림이 안나오는것 같다시는
감독님의 속내 -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말씀하시는.. --+ - 를 듣고..
제가
"아~~~ 감독님.. 좀 빨리 말씀해주셨으면.. 감독님한테 미련 안갖고 따른 대안을 빨리 생각했을 텐데.. 넘 하셨어여.. --+ " 하고 투정을 부렸어요..
그래도 다 받아 주시는 고마우신 감독님.. ^^*
그래도 꿋꿋이 합성으로라도 열심히 디자인을 하는 고마운 디자인팀..
포장마차에서 돌고 돌던 포스터이야기가 또 다시 반복되고,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핸드폰 메시지가 날아왔어요..
'언니 ~~ 화이팅!'
헐.. 마침 그 시각에.. 우찌 그 분위기를 알았는지.. 줄피디가.. 보냈더군요..
(눈치 하나는 빨라가지고.. --+)
아..
이제 정말 좋은 포스터를 만들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을 써 봐야 겠어요,..
두번째 포스터가 잘 나오기만을 바라면서.. 포스터 작가를 찾아 긴 여행을 떠나야겠습니다..
우리 두번째 포스터 잘 만들 수 있겠지요? ^^
포스터 제작 스트레스로 부터 해방될 그날을 꿈꾸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