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령공주(1997)
어렸을 때, 원령공주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나요.
비쥬얼적으로 제일 충격적이였던건 재앙신이 쓰러져서 백골이 되는 장면이였지만,
징그러운 현실 날벌레랑 전혀 다른 신비한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깊은 숲 속,
활쏘면서 야쿠르 타고 다니는 아시타카, 늑대 타고 다니는 산, 그리고 사슴신까지
신비로운 세계에 잠시 살다 온 느낌이였습니다. 여파가 정말 컸어요.
얼마나 컸냐면,
실로암 (2019)
제작중...
제 인생을 바꿔버렸습니다...
원령공주에서 봤던 그 숲, 그 분위기, 숲의 신들과 저주, 철, 신비로움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애니메이션 전공으로 가면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부족이였습니다.
그래서 대학교도 영화과를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많은 단편영화를 찍으며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초, 그래 무서울게 뭐있어! 하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원령공주의 자연그대로의 느낌, 숲, 원시스러움 넣고
원시씨족의 여자아이, 파괴된 자연과 저주, 녹슨 쇠와 털복숭이 로봇, 지하동굴의 괴물도 넣었습니다.
원령공주의 분위기에 아주 살짝 포스트 아포칼립스 양념을 쳐서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내친김에 배우도 캐스팅하고, 전국을 샅샅이 뒤졌습니다.
어떻게 하면 뗀석기로 창을 멋있게 만들 수 있을까 유튜브를 몇시간 동안 뒤져보기도 하고,
박물관에 죽치고 앉아서 이미지를 그려보기도 하고, 예쁜 돌을 찾기 위해 항상 고개숙이고 걸어다니고, 여러 시험품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지하갱도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벌레가 예쁜 숲도 찾아다녔습니다.
한 번도 다른 영화에서 보지 못한 로봇을 만들고 싶어서, 수십 수백번 로봇을 모델링 했습니다.
근데, 지금보니까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네욥....ㅎㅎㅎㅎ;;;;
영화는 <실로암>이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원령공주에 비하면 아직은 작고 약한 세계지만, 필메분들과 관객분들께 잠시나마 재미와 흥분을 전해드리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프리 프로덕션 단계를 진행하면서, 텀블벅 후원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링크는 아래에 달아두었습니다. 리워드 굿즈도 열심히 만들고 글도 고심고심하며 썼습니다. 구경 한 번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https://www.tumblbug.com/siloam
멋진 영화로, 언젠가 스크린에서 만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끔 들려보시면 자기에게 꼭 필요한 어떤것을 건질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