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hyulran 2004.05.13 21:31:04
태어나서 연등을 처음으로 만들었다. 벌써 며칠 째 계속 하고 있

지만 너무 힘이 든다. 전부 1000개가 넘는 등을 불과 서너명이

만든다는 건, 게다가 문제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일일이 손으

로 하나씩, 하나씩 수작업을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스님의 스타

일 때문에... 해가 진 후에 산에서 어두운 산길을 홀로 터벅 터

벅 거리며 내려오면서 포장지 밖으로 삐죽이 둥근 머리를 조금

내민 듯한 전구를 닮은 달을 보면서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것들

에게 내가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있는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

었다. 꿈이 내것이 되려면 내 자신의 마음 속에 비밀의 방이 존

재해서는 안된다는 걸 받아들여야만 한다. 그것은 작은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