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소모임 : 단편영화 소모임
1,733 개

예전에 있다가 지금은 패쇄된 소모임들의 게시물을 다시 모았습니다.

회원들이 쓴 글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잘 뒤져보면 묻히기 아까운 좋은 글들도 있고 해서요...

글을 읽을수만 있고 새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수는 없습니다.

영화학도들은 꼭 읽어보시길..

filmriot
2002년 03월 07일 17시 02분 16초 912 2
★★영화를 사랑하신다면 필독 바랍니다★★

오늘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한번 더 보고싶은 날입니다.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라는 영화가 3년간 이리저리 치이다가

눈물겨운 개봉을 하게 되었기에

그나마 살아있는 독립영화에 대한 불씨에 반가움을 느껴 추천하는 글을 썼건만..

글을 올린지 이틀만에 그 새는 폐곡선을 그리며 추락해 버렸답니다.

영화를 예술로 생각한다는 어르신들이 뭉쳐서 독립영화 전용관을 만든다시며

여기저기 극장을 열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아트큐브마저 이럴 줄이야....

저는 연극영화과 2학년 98학번 백승훈이라고 합니다.

군복무중 휴가나와서 와이키키브라더스를 보고서는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을 뿐더러 그 하고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조차 행복하지 못한 현실에 가슴이 울컥 했던 그날이었습니다.

꿈에 부풀어 연극영화과에 입학한 친구들이 세탁소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새마을금고, 부동산에 취직해 있는 현실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그나마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월급 30만원에 행복한 웃음을 짓던 연출부 친구는

1년만에 꿈을 접고 취직을 해 버렸습니다.

전역 후 진로를 고민하는 이 시점에서 제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는 "영화"계의

현실을 다시한번 직시하며 오늘저녁

소주를 한잔 하고싶은 간절한 마음이 생깁니다.

도대체 돈이 지배하지 않는 구석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요?

제가 엊그제 영화관련 게시판에 "새는폐곡선을그린다" 많이들 봐주시라고

글을 올렸었는데 글올린지 이틀만에 종영 결정이 났다는 것은

참으로 어이없고도 쓴웃음이 나는 현실입니다.

박하사탕에 감동하고 와이키키에 눈물지으며

한사람이라도 더 영화를 관람했으면..하는 작은 소망으로

몇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여기저기 글을 올리던 그 때는 차라리 행복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공감해 주었고 같이 움직여 주었으며

극장에서 재상영까지 해 가며 영화살리기 열기가 높아졌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웃음밖에 안납니다.

저는 "새는폐곡선을그린다"를 보지도 못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자세한 감상을 덧붙여 많은 사람들에게 권함으로써

박하사탕과 와이키키 같은 영화사랑의 불씨를 지펴보고자 했던 마음은

한낮 어처구니없는 꿈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3월1일날 개봉을 했는데 오늘(7일)을 마지막으로

"피도 눈물도 없이"에게 자리를 내 줘야 한답니다.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가기위해 전화문의를 했는데 그러더군요

"오늘이 마지막 날입니다." "내일부터는 피도눈물도없이를 상영합니다"

우리는 볼권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섞인것은 불을보듯

뻔한 일인데...

영화를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이만큼이라면

그 영화를 만들어놓고 상영하지 못하는 이들의 가슴은 얼마나 아플까요?

영화가 끝나고 엔드크리딧(자막)이 올라가기가 무섭게 극장의 불이 켜지고

심지어는 커텐을 닫아버리기 까지 하는 한국 극장의 현실앞에

더 말해봐야 뭐하겠느냐는 자포자기의 심정도 들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나 심하다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길 없어

손가락 가는데로 글을 쓰고는 있지만 계속 이러다가는 말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

요점만 정리해 보겠습니다.


============================================================================


첫째, 아트큐브에게 묻고싶습니다.

『씨네큐브 광화문은 293석 규모의 대중영화 전용관인 `씨네큐브'와
78석 규모의 예술영화 전용관인 `아트큐브' 등 2개 상영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상은 아트큐브의 소개 글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새는폐곡선을그린다"는 예술영화이고, "피도눈물도없이"는 상업영화이다..
이렇게 단정지을수는 없습니다. 영화를 평가하는 이들은 관객들이니까요..
하지만..

전국 몇백개의 상영관에 걸려있는 "피도눈물도없이"를 걸기위해
전국 단 하나의 상영관에 매달려있는 "새는폐곡선을그린다"를 쫓아버리는 것은
저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런 현상이 서울극장에서 생겼다면 저도 이해합니다. 돈을 목적으로 장사하는
분들이니 어쩔수 없는 현실이겠죠..

하지만 저 위에 쓰인 글처럼 예술영화 전용관(78석) 마저 굳이 그래야만 했나요?
78석에 사람들을 들여서 도대체 얼마나 더 벌어들인다고 그러시는지요...

여기서 또한번 느낍니다. 약육강식.

두번째, 이광모 교수님께 한말씀 여쭙겠습니다.

씨네큐브는 백두대간의 가지로써 백두대간은 이광모 교수님의 영화사로
알고 있습니다.
교수님..
한 제자가 삼가 여쭙겠습니다.
만약 교수님께서 여러 제자들과 피땀흘려 하나의 장편영화를 완성하셨는데
그 영화를 걸어주는 극장이 없어서 3년이라는 세월을 보냈습니다.
여러 고생끝에 예술영화 상영관이라는 "아트큐브"에서
드디어 상영을 하게 되었는데
1주일도 채우지 못하고 전국 각지에서 상영중인
유명한 영화를 걸기 위해 필름을
회수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다면 어떠할까요??

교수님들은 영화과 학생들을 수십명씩 앉혀놓고 강의를 하십니다.
학생들은 안드레이 따르코프스키와 잉그마르 베르히만을 좋아하며
강의를 듣습니다.
세계 영화사를 배운다며 예술영화에 대한 공부를 해 보지만..
현실은 피도눈물도 없는 세상입니다.
지금 전국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중인 많은 영화들을 보십시오.
편식의 극치를 달리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 대안하나 제시하지 못하시는 교수님들께서
단편 독립영화를 제자들에게 가르치신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차라리 "사람들웃기는방법", "새로운액션의세계" 라는 과목을 가르쳐야
피도눈물도없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미장센과 이마주를 아무리 열강하셔도..
그건 우리나라 현실과는 동떨어진 무지개일 뿐입니다.

만약 .. "아름다운시절"이 일주일도 못가서 "쉬리"에게 나가떨어졌다면...
교수님의 어떤 입장을 취하셨을까요?

셋째. 강우석 감독님과 류승완 감독님께 한말씀 올립니다.

강우석 감독님께서 "피도눈물도없이"를 기획,배급 하신걸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일찍 2월 28일날 친구 두명을 데리고
전야제를 통해 "피도눈물도없이"를 본 영화광입니다.
영화도 참 재미있게 봤으며 감독님 이름이 나오는 것을 보고서
역시 강우석 감독님이 기획했으니 흥행하겠군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국영화가 이만큼 성장하는데 있어서 감독님의 활약이 두드러 진 점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시네마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가 배급력이
막강해진 사실은 확실합니다.

그만큼 한국영화의 성장에 커다란 기여를 하시면서 한편으로
저예산 독립영화를 무참히 짓밟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입니다.
굳이 78석을 빼앗지 않아도 "몇백만 돌파" 라는 신문광고,,
충분히 낼 수 있을텐데요..

강우석 감독님... 영화계 막강파워 1인자에 올라서신 후
여러 영화의 성공으로 많은 부를 축적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감독님께서 언젠가는 그 부를 바탕으로
영화계의 발전에 이바지 하기 위해
독립영화 전용관 하나쯤 만들어 주실줄 알았는데
오히려 78석의 독립영화관마저 빼았아 가실줄은 상상도 못했답니다.

그리고 류승완 감독님..

남들이 찍다남은 16mm 필름을 냉장고에 넣어놓고 보관하면서
열정 하나만으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만들어
우리 영화학도들의 귀감이 되었던
류승완 감독님..
감독님마저 돈과 흥행기록의 노예가 되시렵니까?
"죽거나혹은나쁘거나"가 극장에 걸리기 까지의 고초를 생각하신다면
"새는폐곡선을그린다"를 그리 쉽게 죽일 수 없으실텐데요..
물론 배급문제는 감독님과 관련이 없는것을 잘 알지만..
이러한 사건들이 감독님의 이미지에도 많은 영향을 끼침은 분명합니다.

실질적 관련자들은 따로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상징적 대표님들께 이런 말씀을 드려야 함은 당연지사겠죠?

넷째. 전국의 영화학도들에게 한말씀 올립니다.

여러분은 왜 영화를 배우려고 하십니까?

여러분... 관객에게 보여질 수 없는 영화를 만들며 살순 없지 않습니까?

연극이나 영화나 관객은 필수요소입니다.

영화를 피땀흘려 만들었는데 걸어주는 극장이 단 한곳도 없다면..
영화를 만드는 의도는 과연 무엇이란 말입니까?

처음부터 돈을 벌 목적으로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학생들에게는
이런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진정한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만 들어주십시오

학교에서 단편영화 하나 만드는데만해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적지않은 제작비가 소요됩니다.

하물며 큰 돈 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장편영화 만들어 놓고
극장에 걸 수 없다면 여러분은 어떻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러한 영화계 현실을 두눈뜨고 바라보면서 과연 남의 일이랍시고
뒷짐지고 가만히 있는것이 옳은 일입니까?

그러면서 Film Art, 영화의이론과비평 을 읽으면 지식이 쌓입니까?

돈까스와 비후까스. 피자와 햄버거만 팔아주는 나라에서

김밥 만드는 법을 배우며 살아가는 현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저 이외의 "새는폐곡선을그린다" 관계자 여러분들만 공감하실 뿐..

다른 사람들에겐 단순한 가십거리로 여겨진다는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들 현실을 헤쳐나가시느라 고생이 많으시니까요

영화를 사랑하는 한 학생이 그저

물질만능주의가 예술의 세계까지 잠식해가는 현실에 가슴이 아파

주절주절 말이 많았습니다.

여기까지 읽어 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서 한국 영화계의 현실에 참담함을 조금이나마

공감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복사해서 많은 이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한명의 힘이라도 빌려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실 대한독립영화 만세를 외치며 길거리를 뛰고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요즘세상에 미친엑스 소리 들을 수는 없어서

이렇게 온라인으로 독립운동 하렵니다.

★★ 대한 독립영화 만세 ★★

filmriot@hanmail.net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sillove1215
2002.04.16 02:11
얼마나 속상하셨음..이렇게 장문의글을 올렸을까?하고 생각했음더..젖 영화일을 하는이로써,,공감하는 부분이 생겨서여..
휴~~현실은 어디에서나 냉담할뿐이져...그래도 어쪄겠어여..으라차차~~화이팅해야져..비오는날의 수채화를 감독하신분은
몇해가 흘러 엽기적인 그녀를 계기로 다시 급부상했져..그동안 시나리오가 없어 안하셨겠어여?...세상이 다 그런거져..
하지만,우리 화이팅합시당!!세상도 영화두 ..쓰러지더라도..다시일어나는 잡초의 근성으로 다시 합시당..
542love
2002.07.05 01:45
친구가 제게 한말이 생각납니다
-자기의 꿈을 쫒는것도 좋다 하지만 현실을 외면하면 안된다-
이말을 듣는 순간 제자신이 너무나 초라해 지더군요
고생하면 뭘하나 돈이 나오나 밥이나오나........
후 ....지금 많은 갈등을 하고있는 중입니다
그냥 저냥 이대로 취직해서 살까.....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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