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퍽이나 도전스럽다. 제목 그대로다.
하고는 싶기도 한 마음이 드는 것도 같은 감이 오는듯한 삘이 드는데... 이런 심정으로 여기 연출부 코나(?)에 가입하신분들, 그분들을 위한 잡글 되겠다.
따라서, 현재 모모영화에서 스탭 경험이 있다거나, 주변에 영화쪽에서 일하는 스탭이 존재하는 분들은 '뒤로'를 눌러 빠져 나가는게 정신건강에 좋다. 글이 길어질 위험도 있거니와 그런 분들은 별 도움이 안된다. 참고로 '뒤로'는 저기 왼쪽 위에 있다.
말 놓겠다. 이유는 몇가지가 있다. 원래 이런 이야기 존대말로 하면 애둘르게 돼 있다. 할 말 다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말 놓는다. 물론, 여기에 기분 상했다면 '뒤로'를 눌러 빠져 나가면 되겠다. 다시한번 참고로 말하지만 '뒤로'는 왼쪽 위에 있다.
다시 제목으로 가자.
연출부를 하겠다고?
대답은 두가지 정도다.
1. 젖빨라고 연출부하냐? 딴데 알아봐.
2. 구래? 함 해봐.
먼저 젖빨라고... 부터 간다. 일단 말려보고 그래도 하겠다면
두번째로 간다.
연출부 하겠다는 말을 할 때 가만히 들어보면 결국엔 감독 함 해보고 싶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거 정말정말 힘든 일이다. 산수로 봐도 힘들다. 2004년 4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기획(!)되고 있는 영화만 대략 400편 정도 될거다. 여기서 기획이란 단어에 대해서 집고 넘어가자.
영화사에서 삘잡고 시나리오단계 정도에 있는 영화를 말한다, 간단하게. 시나리오 삘잡았고, 영화사 사무실 채렸고, 감독 가오 잡고 출근하고 있고... 이정도 되겠다. 이쯤되면 기대 만빵되서 자금줄 잡으러 다니고 배우들 쑤셔보고 그럴거다. 이 단계를 기획단계라고 하겠다. 그러니까 이런걸 누가 몰라... 하는 분덜은 '뒤로' 누르시란 말이다. 자꾸 썩은 미소 흘리지들 말고...
자, 400편이다. 여기에 조감독 400명 붙는다. 그밑에 평균 연출부 3명씩 붙는다. 스크립터 합치면 4명정도 붙는다. 곱하자. (1+3+1) 곱하기 400 은 2000이다. 현재가 그렇다는 얘기다. 지금 이시각 이미 연출부에 몸을 과감히 던진 사람들의 숫자다. 연출부를 하겠다고? 당신은 2000번째 지망자다. 그럼 좋게? 작년에도 그만큼 있었다. 내년에도 그만큼 있을거다. 중복자 넉넉잡고 제하면서 산수때려봐라. 답이 안나온다. 당신은 올해만쳐서 2000번째다. 씨바~ 감독 할 수 있긴 한거냐?
그럼 앞서 말한 400편이 다 영화가 되느냐? 장난하나?
일년에 개봉되는 편수는 대략 60~80편정도다. 그럼 나머지 320편은? 내년으로 넘어가던가 접어야지. 이걸 엎어진다고 한다. 자, 곱하자. 320 곱하기 (1+3+1) 이다. 이게 일년에 엎어져서 코 깨지는 연출부 쪽수다. 기약없는 연출부생활을 반복하는 쪽수다. 시파 써놓고 보니 나도 겁난다.
앞에서 연출부하겠다는 건 감독을 하겠다는 것으로 통한다는 얘길했다. 얘기 끝맺자.
당신은 운좋은 개봉작 80편중에 한 연출부였다. 축하한다. 존나 운좋은 거다, 그거. 어쨌든. 결론은 대략 1년에 80명정도의 조감독, 그러니깐 감독 지망생이 생겨난다는 거다. 거기다 계단 건너뛰는 분들까지 합치면 대략 150명선? 해마다 누적된다. 그리고 조감독들만 경쟁하냐? 감독할라면 지금 당신이 존경해 마지 않는 그 감독들하고도 경쟁해야 한다. 감독협회 들어가서 거기에 등록된 감독 수 한번 헤알려 봐라. 거기서 80명이 올해 작품 극장에 건다.
산수로 본 경쟁에 대해선 이만하겠다.
연출부를 하겠다고?
그렇다. 그 생각을 못했다. 미안타. 당신은 불세출의 능력을 가진 인재였던 거시다. 거듭 미안타. 당신은 위에서 언급한 경쟁을 뚫을 것이다. 여기서 돈 얘기 좀 하자.
거두절미하고 연출부 막내로 현장에 들어가면 초봉. Maximum(영어다) 600이다.
만일 내가 그렇게 강조했는데도 아직까지 '뒤로'를 누르지 않은 연출부가 있다면 자신의 초봉을 생각해봐라. 만일 그대가 아무런 경험없이 처음에 연출부에 들어갔는데 조감독이 당신에게 600을 쥐어 줬다면 그 조감독에게 충성해라. 그 사람 정말 좋은 사람이다. 믿어도 된다. 친구하자 그래라.
(참고로 필자는 첫 작품에서 500받었다. 그래도 그땐 상황이 특수해서 조감독부터 막내까지 다 똑같이 나누기 5해서 500씩 나눠 가졌었다. 물론, 이건 특수한 경우다.)
돌아가서... 정말이다. 600이다. 일년에? 그건 모르겠다. 재수좋으면 들어가서 두달정도 프리프로덕션하고 석달정도 찍고 해서 5개월정도, 재수 없으면 1년도 간다. 요약하자. 재수좋게 좋은 조감독만나고 재수좋게 일이 잘 풀리면 6개월 정도에 600번다는 얘기다. (참고로 필자의 첫 작품 기간은 16개월이었다. 1년 4개월... 무섭지 않은가?)
그러고 바로 다른 일 시작하나? 그렇게 되긴 힘들거다. 다음 일 잡을 때가지 한두달 걸릴걸? 그러고 다음엔 막내가 아니구 좀 올라가서... 아니지, 깜빡했다. 당신은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 임으로 다음 작품에 바로 세컨이 됐다. 그래서 800을 받는다. 그리고 재수 좋아서 그것도 6개월만에 쫑냈고...
자, 이제 당신은 특출한 능력의 소유자 임으로 조감독이 됐다. 그래서 1500을 받는다. 그런데 이건 6개월에 안 끝난다. 재수좋게 일이 순조로와서 프리 3개월하고 촬영 3개월하고 포스트 2개월에 개봉했다. 8개월 걸렸다. 자, 이제 특출한 능력을 가진 당신은 입봉(!)을 준비해야 한다. 1년을 목표로 하자. 당신은 특출한 능력을 가진 사람임으로... 1년이면 충분하다.
종합하자. 막내(6개월, 600) + 잠시 쉬고(2개월) + 세컨 (6개월, 800) + 잠시쉬고(2개월) + 조감독 (8개월, 1500) + 감독준비 (1년) 은? 기간 3년, 수입 2900. 나누자. 2900 나누기 3 은? (계산기 두드렸다, 미안하다) 970만원쯤 된다.
여기서 한가지 체크하고 가자. 아직까지도 내 충고 무시하고 여기까지 읽는 경력자들. 위에 필자가 계산한 공식, 허무맹랑하게 낙관적인 가설들이란거 공감할거다. 공감하고... 존 말할 때 '뒤로'눌러라.
연출부를 하겠다고?
그러타. 미안타. 당신은 쇠심줄보다 질긴 인내력과 나폴레옹 찜쪄먹을 만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던 거시다. 거듭 미안타. 뭐? 헉, 몰랐다. 당신 집이 좀 산다는 것도...
이렇게 까대도 연출부를 하겠다는 당신... 이거 말고도
연출부라는게 조감독, 감독, 피디 시다바리야
현장에서 데모도에 버금가는 멸시를 참을 수 있겠니, 니가?
아침에 10시에도 일어날려면 30분을 개기는 넘이 새벽 4시에 일어나서 6시에 현장준비하고 10시나 되서야 촬영 들어가는 그 생활 할 수 있어?
이런 말 다 소용없을 거다.
이제
구래, 함 해봐라... 다.
근데 어떻게? 그러타. 아는것도 좆도 엄꼬 아는 사람은 쥐뿔도 없는 당신은 맘만 굳게 먹었지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래도 함 해보자... 벼룩이도 낯짝이 있지 여기까지 읽어 줬는데 나도 뭔가 알려주긴 해야지. 하나씩 가능성을 찾아 보자.
단편 찍어봤나? 단편 스탭을 한 적이 있나? 있다고?
그럼 그 때 감독했던 넘이나 다른 스탭들 하고 친해뒀다면, 그리구 당신이 존나게 열심히, 성실한 모습을 보였다면 당신한테 연락 올지도 모르겠다. 연출부 같이 하자고... 그럼 다 때려치고 달려가서 해라. 그럼 된다.
그런적 없다고? 그것까지 말해줘야 되나?
단편을 찍어봐라. 아님 단편 찍는데 가서 스탭 해라. 좆도 몰라도 시켜준다. 하겠다고 매달리면 시켜준다. 그럼 존나게 열심히 뭐빠지게 성실하게 해라. 그럼 당신을 불러준다.
안 불러준다고? 단편은 시시하다고? 그럼 딴 방법을 찾아 보자. (단편 시시한거 아니다. 찾아가서 함 해라. 피가되고 살이 된다. 길어야 한두달이다. 투자해라.)
인터넷 사이트 돌아댕길것도 없이 여기 필커 구인란만 봐도 한달이면 서너번 연출부 구인광고가 뜬다. 보이는 족족 멜질해라. 딸랑 이력서 한장 보내지 말고 A4 한장 정도라도 '나 이런 놈이다' '이런 각오로 영화한번 똑소리나게 해볼란다' '왠만하면 나 뽑아줘라' 이런 글 써서 보내라. 요즘 디카 흔하니까 사진한장 척 붙여 놓고...
이 경우 몇가지 사족을 붙이자.
우선 불행한 일이지만 연출부 구인이라는게 능력있는 미래의 영화감독을 뽑는 중차대한 일...... 이 절대 아니다. 일 잘하고 부리기 편한 꼬붕하나 뽑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렇다. (이거 가지고 태클 걸지 말자. 피곤타) 그렇다면?
그네들(조감독들)이 원하는 것을 이쁘게 강조하자.
우선 운전(못한다고? 술 좀 줄이고 그 돈으로 운전면허학원 당장 등록해라)... 할 줄 알면 졸라 강조해라.
그리고 엑셀 (못하면 지금 배워라. 책사서 디비면 하루면 배운다. 복잡한거 말고 워드정도면 된다) ... 졸라 잘한다고 해라. 엑셀의 신이라고 구라쳐도 된다. 사실 프로덕션에서 엑셀 좆도아니다. 기초만 하면 들어가서 필요한 부분만 눈팅으로 배우면 된다.
연락이 안 온다고? 난감하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 보자.
씨네 21을 뒤지던지 여기 필커에도 있는 한국영화제작진행표를 디비자.
거기서 '기획중' 이라고 되어 있는 영화를 고른다. 우선은 그 영화의 조감독을 수소문해 본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 영화사 전화해서? (이 시점에서 그 영화사 전화번호는? 하고 묻지마라. 밥 차려 줬으면 알아서 먹어라. 떠 먹여주랴?.... 영진위같은데 가서 영화사 검색해 보면 나온다. ㅠ.ㅠ) 어쨌든 전화해서 조감독을 찾아라. 누구냐고 물으면 아는 선배 소개로 전화하니까 바꿔달라고 해라. 조감독이랑 긴 얘기 할거 없다. 긴 얘기 들을려고도 안할지 모른다. 메일주소 좀 알려달라고만 해라. 그리고 소개서 넣어라. 연출부 다 꾸렸다고? 그래도 메일 주소하나 알려달라고 해라. 혹시아냐? 빵꾸날지? 다음 작품에서 찾아 줄지? (그 작품 엎어지고 바로 딴데로 가서 다시 연출부 꾸릴지? ㅠ.ㅠ)
그렇게 했는데도 연락 없다고? 뷁스런 상황이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보자.
이번엔 좀 장기적으로 감독을 골라라.
앗싸... 이번엔 당신이 고를 차례다. 맘에 안드는 감독은 과감히 제외해라. 맘에 드는 감독만 골라라. 그리고 연락처든 멜 주소든 알아내라. 어떻게? (말했지. 차려주면 알아서 먹으라고...) 여기저기 쑤셔대면 멜 주소정도는 가르켜 준다. 전화번호는 스토커가 가능하지만 멜로 스팸질 하리라곤 생각 안하는 거 같다.
그 감독들 한테 소개서 뿌려라. 읽는다. 안 읽을거라고 생각마라. 읽는다. 단, 끌빨 세워서 멜질해라. 안 그럼 읽어도 기억에서 지워버린다. 인상에 남도록 쓸려고 노력해라.
이것도 장기적으로 영화사를 골라라.
많다. 이번에도 당신이 고를차례다. 양질의 영화를 주기적으로 찍어대는 그런대로 골라라. 그리곤 멜 날려라. 누구한테? 사이트 관리자한테... 이거 보통 기획실에서 한다. 기획실? 여기서 감 잡아야 한다. 기획실... 이 사람들 연출부 뽑는 사람들 아니다. 그러니까 직접적 대상이 아니란 말이다. 여기서 연출부 희망이 어떻고 하는 구라 풀어봐야 안본다. 까놓고 말해라. 수고스럽겠지만 작품 들어갈때 조감독한테 첨부한 소개서 좀 전해달라고. 잊어 버릴지도 모른다. 한달에 한번 정도는 보내라. 직접 찾아가서 편지 봉투에 넣어서 전달하는 것도 안 말린다. 세번 정도 찾아가면 그 기획실 직원이랑 니캉내캉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연락이 안온다고? 돌아 버리겠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반복 시행해라. 의지의 사나이 아닌가?
글로 쓰다보니 첨 생각과는 달리 진짜 잡글이 돼 버렸다. 미안하다. 반성하고 있다.
여기까지 읽은 필자의 경고를 무시한 유경험자 연출부님들. 가차 없이 리플달아라. 회원이 50을 바라본다. 가입해 놓고 뭐하는 거냐?
엇? 연락이 왔다고? 장하다.... 담에 기분 내키면 연출부로 들어간 당신에 대해 좀 씨부려 볼란다.
회원들이 쓴 글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잘 뒤져보면 묻히기 아까운 좋은 글들도 있고 해서요...
글을 읽을수만 있고 새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