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이곳 "주제토론" 방에 쓴 글입니다...
읽어보세요...
개인적으로는 제작자들도 문제지만, 우리들 자신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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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길지 않은 충무로 경험에 세 작품이나 보류/취소되는 경험을 한 제작, 연출부 스텝입니다.
요즘 영진위 자유게시판이나 다음카페 비둘기둥지, 그리고 이곳 필름메이커를 통해서 스텝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여러가지 고민들이 이루어지고 있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여지껏 전근대적 제작시스템 아래 다수의 영화인력들이 피해를 보았고, 그로 인해 그들의 원대한 이상이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 아래에 초라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입니다.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충무로에서는 불합리한 제작시스템이 자행되고 있어 영화인력들의 주린 배는 채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악습이라고 단언합니다.
그나마 기술 스텝들은 연출/제작부 스텝들에 비해 나은 편입니다. 물론 그들도 힘들지만,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으로만 따진다면(일반적으로 연출부/제작부들은 사전제작준비과정부터 후반작업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참여하는데 비해 기술스텝들은 촬영 기간에만 참여하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한 발언입니다.) 연출부/제작부들이 겪는 물질적 고통은 실로 비참하기 이로 말할 때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들 자신의 책임 역시 배제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의 관행이 하루, 이틀 전의 일도 아니고, 이미 오래전부터 자행되고 있는 악습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반복 되풀이하는 이들 역시 젊고 혈기왕성했을 때는 오늘날의 우리들과 같이 불합리한 현실에 분개하고 탄식하던 이였슴은 간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저 또한 그러한 모습으로 변해가지 않기 위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내 자신에 대한 긴장과 경계를 늦추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성세대와 닮아가는 내 자신의 모습에 몸서리치게 놀라기도 합니다.
제가 드리고자 하는 말씀은 스텝들에 대한 불합리한 대접에 분개하고 처우개선을 부르짓기 이전에 조감독, 제작실/부장 급들의 인력이 너무 일찍 스텝들을 꾸리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 구인 개시판만 봐도 시나리오를 함께 써 보자며 연출부를 구한다는 둥, 곧 들어갈 작품으로 연출부를 구한다는 등의 글들이 많습니다. (연출부가 시나리오를 왜 씁니까? 도대체... 크레딧에 '각색'이라고 이름을 올려줍니까? 아님, 각색료를 십원이라도 더 챙겨줍니까? 돈을 주고 각색작가랑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닐까요?)
제가 장담하는데 그 영화들 중 어떤 영화도 6개월 이내에 크래크인 되는 영화는 없습니다.
한국영화가 활기를 띠며 전문투자자본들이 앞다투어 들어와서 영화판에 돈이 넘친다고는 하지만, 실상 제작되는 작품의 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투자자들은 자신의 돈을 되찾기 위해, 나아가 이익을 남기기 위해 다른 무엇보다 흥행보증수표인 주연배우의 지명도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충무로의 제작자들 역시 이러한 투자자본의 요구와 맞서는 어떤 대안도 없이 그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확실한 캐스팅을 제 1 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판에 배우가 없다는 이야기는 이제 새삼스럽지 않은 정설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이다 보니 시나리오가 좋아도, 감독이나 제작사가 탄탄하여도 배우 캐스팅이 이루어지기 이전에는 실제적으로 계약 등의 자본의 흐름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형편입니다.
하지만, 조감독급의 스텝들은(바로 우리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제작사의 논리에 부응하여, 혹은 자신의 안일을 위해서 끝이 보이지도 않는 작품의 스텝들을 서둘러 구성하려고만 합니다. 바로 무임금 막노동의 시작입니다.
당연히 구성된 연출부/제작부들은 처음 1개월만 빤짝 바쁘다가 6개월, 1년씩 하릴 없이 사무실만 왔다갔다...
결국 불합리한 충무로 현실에 분개하고 영화판을 떠나기도 하는 불상사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조감독급 정도 되면 영화가 들어갈 지 아닐 지에 대한 감이 섭니다.
그리고 밑에 사람들이 하는 일쯤은 자신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은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 가까이 준비를 하여도 '조감독' 혹은 '제작실/부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금전적 보상은 물론이요(그나마도 부족함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래 스텝들은 정말이지 차비도 되지 못하는 푼돈을 받습니다, 아니 직접 당신의 손으로 주지 않습니까?), 작품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도 부여되지만, 아래 스텝들은 그야말로 발이 묵힌 채로 바보가 되고 맙니다...
자신이 당했다고, 후배들에게까지 그 불합리한 희생을 강요하는 건가요?
제발, 부디, 간곡하게 부탁하건대 우리의 능력있고, 재능있는 젊은 스텝들의 발을 붙들어 매는 어리석은 짓을 이제는 그만둡시다!!!
확실할 때, 아니 적어도 가능성이 보일 때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일을 시작합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입니까???
이제 막 영화일을 시작하는 꿈 많고 혈기 넘치는 이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안겨 주지 맙시다.
그리고 한, 두 작품 끝낸 이들이 더 이상 이 눈치, 저 눈치 봐 가며 작품 선택에 천운을 거는 무리수를 두도록 요구하지 맙시다.
부탁합니다...
회원들이 쓴 글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잘 뒤져보면 묻히기 아까운 좋은 글들도 있고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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