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소모임 : 시네마 천국
1,733 개

예전에 있다가 지금은 패쇄된 소모임들의 게시물을 다시 모았습니다.

회원들이 쓴 글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잘 뒤져보면 묻히기 아까운 좋은 글들도 있고 해서요...

글을 읽을수만 있고 새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수는 없습니다.

[펀글]맘이 찡한 ,,,

the1tree
2004년 06월 10일 19시 03분 10초 667
bebop#1.jpg

백만번 환생한 고양이 이야기 - Sano Yoko

백만 년이나 죽지않은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살았던 것이죠.
정말 멋진 얼룩고양이였습니다.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임금님을 싫어했습니다.
임금님은 싸움솜씨가 뛰어나 늘 전쟁을 했습니다. 그래서 고양이를 멋진 바구니에 담아 전쟁터에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날 고양이는 날아온 화살에 맞아죽고 말았습니다.
임금님은 전쟁이 한창인데도 고양이를 껴안고 울었습니다.
임그님은 전쟁을 그만두고 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성의 정원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뱃사공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바다를 싫어했습니다.
뱃사공은 온세계의 바다와 온세계의 항구로 고양이를 데리고 다녔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배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고양이는 헤엄칠 줄을 몰랐습니다. 뱃사공은 서둘러 그물로 건져 올렸지만 고양이는 바닷물에 푹 젖은 채 죽어 있었습니다.
뱃사공은 젖은 걸레 같은 고양이를 안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서커스단 마술사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서커스 따위는 싫었습니다.
마술사는 날마다 고양이를 상자속에 집어 넣고 톱으로 쓱싹쓱싹 상자의 반을 잘랐습니다.
그러고도 까딱없는고양이를 상자에서 꺼내어 박수 갈채를 받았습니다.
어느 날 마술사는 실수로 고양이를 정말 반으로 쓱싹쓱싹 자르고 말았습니다.
마술사는 반으로 잘린 고양이를 두손에 들고 소리내어 엉엉 울었습니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습니다. 마술사는 서커스단의 천막 뒤쪽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도둑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도둑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도둑은 고양이와 함께 어두컴컴한 동네를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 다녔습니다.
도둑은 개가 있는 집만 도둑질을 하러 들어갔습니다. 개가 고양이를 보고 짖는 동안에 도둑은 금고를 털었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개에게 물려죽고 말았습니다.
도둑은 훔친 다이아몬드와 고양이를 껴안고 소리내어 엉어 울면서 어두운 밤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 좁다란 뜰에 고양이를 묻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할머니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할머니는 매일 고양이를 껴안고 조그만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보았습니다.
고양이는 온종일 할머니의 무릎위에서 꼬박꼬박 졸았습니다.
그러다 마침내 고양이는 나이가 들어 죽고 말았습니다.쪼글쪼글한 할머니는 쪼글쪼글하게 죽은 고양이를 껴안고 하루 종일 울었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어린 여자아이의 고양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아이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를 업기도 하고 꼭 껴안고 자기도 했습니다.
울 때는 고양이의 등에다 눈물을 닦았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여자 아이의 등에서 포대기 끈에 목이 졸려 죽고 말았습니다.
머리가 덜렁거리는 고양이를 안고 여자 아이는 온종일 울었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뜰 나무 아래에다 묻었습니다.
고양이는 죽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였습니다.
도둑고양이였던 것이죠.
고양이는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어쨌든 고양이는 멋진 얼룩 고양이였으므로, 멋진 얼룩무늬 도둑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암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했습니다.
커다란 생선을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먹음직스런 쥐를 갖다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진귀한 개다래나무를 선물하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멋진 얼룩무늬를 핥아 주는 고양이도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 나는 백만번이나 죽어 봤다고 . 새삼스럽게 이런게 다 뭐야. "


고양이는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을 좋아했던 것이죠.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척도 하지 않는 새하얗고 예쁜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으로 다가가,


" 난 백만번이나 죽어봤다고! "
라고 말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 그러니."
라고만 대꾸 할 뿐이였습니다.


고양이는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안 그렇겠어요, 자기 자신을 가장 좋아했으니까요.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 너 아직 한번도 죽어 보지 못했지? "

하얀 고양이는

" 그래. "
라고만 대꾸할 뿐이였습니다.


어느 날 고양이는 하얀고양이 앞에서 빙글빙글빙글,
공중돌기를 세번하고서 말했습니다.


" 나,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도 있다고. "

하얀 고양이는

"그래."
라고만 대꾸 할 뿐이였습니다.


" 난 백만 번이나......."
하고 말을 꺼냈다가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
라고 하얀 고양이에게 물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 으응."
이라고 대답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붙어 있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아기 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습니다.
고양이는 이제
" 난 백만 번이나......."
라는 말을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습니다.


마침내 아기 고양이들이 자라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 녀석들, 아주 훌륭한 도둑고양이가 되었군."
이라고 고양이는 만족스럽게 말했습니다.


"네에."
라고 하얀 고양이는 말했습니다.
그리고 야옹야옹 부드럽게 울었습니다.

하얀 고양이는 조금 할머니가 되었습니다.
고양이는 한층 부드럽게 울었습니다.
야옹야옹 울었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습니다.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또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아침이 또 밤이 되고 ,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습니다.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습니다......


사랑이란... [나를 잃음으로서 완성된다]
글 등록 순으로 정렬되었습니다 글쓴이 날짜 조회
263 [단편영화 소모임] 이런저런한마디... 2 cki2000 2002.01.10 806
262 [촬영부 소모임] 가입인사 1 kwan101 2002.01.10 811
261 [연출부 소모임] 요즘..충무로는...?? 3 loveegf 2002.01.09 776
260 [단편영화 소모임] 그들에게 소품을 주라! kjwmovie 2002.01.09 791
259 [단편영화 소모임] 그동안의 우리 모임에 대해... 2 kjwmovie 2002.01.09 763
258 [연출부 소모임] 미디어정글의 민영준 과장입니다 kamui 2002.01.08 714
257 [연출부 소모임] 안녕하세요? ^^; 1 gubo 2002.01.07 687
256 [단편영화 소모임] 여러분의 꿈을 위하여 1 cki2000 2002.01.06 762
255 [단편영화 소모임] ^____________^ 1 bleubabo 2002.01.06 809
254 [CF 소모임] 새해에는......... nagberg 2002.01.05 432
253 [단편영화 소모임] 이번에 가입했습니다... 3 imna 2002.01.04 720
252 [연출부 소모임]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cinema 2002.01.03 675
251 [연출부 소모임] 물어봅니다...(아무나답해주세요...) 2 loveegf 2002.01.02 685
250 [단편영화 소모임] 눈을 바라보며 4 kinotime 2002.01.02 817
249 [연출부 소모임] 시네마님... 3 mother 2002.01.01 603
248 [단편영화 소모임] 떨리는 마음의 연속이네요..^^ 1 bleubabo 2002.01.01 947
247 [촬영부 소모임] 디지털 카메라 감도 테스트... sera214 2001.12.31 1373
246 [촬영부 소모임] 가입 인사 겸 질문 ^^: 2 apple 2001.12.31 1308
245 [단편영화 소모임] 방가와요^^ 1 dboat 2001.12.30 828
244 [연출부 소모임] 차분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cinema 2001.12.30 791
243 [연출부 소모임] 박곡지 편집실에서 편집하고 있습니다. 1 cinema 2001.12.27 1739
242 [촬영부 소모임] 영화 촬영 장비 1 huskissuk 2001.12.27 3043
241 [단편영화 소모임] 머피의 법칙? kjwmovie 2001.12.26 797
240 [단편영화 소모임] 디지털영화의 조명 1 kjwmovie 2001.12.26 1797
239 [연출부 소모임] 메리 크리스마스... ㅠ,ㅠ 2 cinema 2001.12.25 694
238 [단편영화 소모임] 음...... 1 kebin 2001.12.24 733
237 [연출부 소모임] 다들 메리 크리스마스 ^▽^* kamui 2001.12.24 593
236 [연출부 소모임] 안녕하세요. 운영자?입니다. 2 cinema 2001.12.24 606
235 [단편영화 소모임] 걱정! 또 걱정!! 1 bleubabo 2001.12.24 696
234 [단편영화 소모임] 한국영상신문과의 인터뷰... 1 kjwmovie 2001.12.23 783
이전
50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