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소모임 : 시네마 천국
1,733 개

예전에 있다가 지금은 패쇄된 소모임들의 게시물을 다시 모았습니다.

회원들이 쓴 글을 그냥 버릴수도 없고 잘 뒤져보면 묻히기 아까운 좋은 글들도 있고 해서요...

글을 읽을수만 있고 새글을 쓰거나 댓글을 달수는 없습니다.

펌글-"영화인 맞습니까?"

73lang
2004년 06월 05일 15시 58분 55초 922 1
밥풀떼.jpg

밥은 먹고 댕겨.jpg

출처-풍년상회

글쓴이-노나니 (필커 아뒤 joystay)

* 짝퉁 개벽이 사진으루 대문을 지키려구 허넌 투더리 성님의 눈물겨운 노력에 한 몫 보탤까혀서 걍 퍼왔슴다.

만약 원작자와 풍년상회 운영자의 삭제 요청이 있을시에 걍 쌩깔람미다요...우겔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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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참석해보는 대종상 영화제는 참 신기하고도 씁쓸한 시간이었습니다.
우선 입장하기까지 지체한 시간이 30여분...
배우들은 레드카펫 앞에 밴을 척 대놓고 언론과 팬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입장하지만서도
저같은 민간스태프(?)는 초청장을 들고도 경호원의 손가락 지시에 의해
이리 저리 우왕좌왕, 결국 일반관객과 함께 줄을 서서 입장했더랬지요.
오기가 나서 레드카펫을 확 밟아볼까 생각도 했지만, 돌땡이가 날아올까봐... ㅡ.ㅡ

제 자리는 앞에서 셋째줄, 나름 vip석이었는데요,
뒤에는 강동원, 앞에는 이미연, 안성기, 우측엔 안석환, 좌측엔 문소리 송강호씨가 앉았더랬죠.
꽃밭에 호박이 톡 낑긴 셈. ㅠ.ㅠ
알고보니 배우들이 집결한 좌석이었슴다.
제가 어쩌다 거기 낑겼는진 알길 없지만 쏟아지는 플래쉬 세례에 난감할 따름이었죠.
안내아가씨가 묻더군요. "그 좌석 맞으세요?" "맞는데요."
잠시 뒤 안내 아가씨가 다시 와서 절 불러냅니다. 나오라길래 나갔죠. 문소리와 송강호를 거쳐서...
"저기는 영화인들만 앉는 자리거든요. 그러니까 2층으로....."
주변 사람들 죄다 쳐다봅니다. 쟤는 저기 왜 앉아있던거래? 하는 얼굴로...
"큼....저두 영화인이거든요?"
"네?"
"저... 각색상 후보예요. ㅠ.ㅠ"
"어맛,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쭈뼛거리며 다시 들어오자 안석환, 문소리씨 웃느라 정신없습니다. 나 이거 원 참.

그 일이 있기 바로 10분 전, 옆에 앉은 안석환씨랑 노가리까다 카메라 세례를 피해 화장실을 갔습니다.
근디 고 몇분 사이 초청장을 어디다 흘렸나봐요.
그러다 로비에 떨어진 걸 발견하고 막 뛰어가는데 어떤 분이 마침 줍더군요.
"방금 제가 흘린 건데요." 하고 손을 내미니, 산에서 막 튀어나오신듯한 산적 삘의 이분, 저를 아래우로 훑어보더니
"이거 영화인석인데요?".
"저... 영화인이거든요?"
"정말 영화인이예요?"
순간 이 사람이 고등학교 학생주임 출신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윽박지르는 표정이란...

".......저..... 각.색.상.후.보.예.요."

내가 왜 생면부지의 사람한테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는지 정말 비참하고 쪽팔렸습니다.
끝까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쩔수 없이 내어주는 그 표정이란...

수상 결과에 대해선 사실 별 생각이 없습니다. 몇 편 빼고는 안 본 영화가 많았기 땜시.
<실미도>도 안봐서 김희재 작가의 수상에 대해선 할 말이 없지만,
이왕이면 시나리오작가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감독보다 작가가 쓴 작품이 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런 면에선 저도 기뻤습니다.

오늘 대종상 영화제에서 절실히 느낀 건 "배우가 영화인의 전부인가?" 하는 자괴감이었습니다.
일반팬들의 인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영화제 진행 방식 또한 배우 위주더군요.
저희 엄니 분노하셨습니다. 내 딸내미 이름은 왜 언급조차 안하냐며...
엄니는 엄니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제가 느낀 당황스러움도 그 맥락을 같이 합니다.
스태프 부분은 후보자는 커녕 후보작조차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배우와 스타 위주의 편성. 명백히 관객과 시청자를 의식한 듯 합니다.
다른 영화제도 아니고 영화인협회가 주관한 영화제가 어쩜 이럴 수 있을까요.
몇몇 영화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영화제에서 마이너리그에 속하는 영화가 어느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영화의 스태프들에겐 얼마나 힘이 되는 일이겠습니까.
수상은 안될줄 알고 있었지만 '싱글즈'가 각색 부문 하나이나마 포함되어 대종상 무대에 포스터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같이 고생했던 스탭들이 그 포스터를 보며 잠시 위안이 되지 않을까 했습니다.
헌데 제 주변사람들조차 제가 왜 거기 앉아있는지 이유를 모르는 뻘쭘한 존재가 되버렸습니다.
스태프들은 이런 행사에서조차 자리 채울 때 유용한 존재들인가요?
같이 갔던 편집, 각본 부문 후보자들도 몹시 불쾌해하며 식장을 빠져나왔습니다.

영화제는 영화인의 축제인데, 영화인의 전부인 것 같던 그 배우들마저 씨가 말랐던 대종상 영화제.
수상자에겐 미리 연락이 간다던데 수상하지 않은 후보는 아예 참석조차 않았습니다.
1층 영화인석은 그야말로 시상자와 수상자가 전부였지요.
그럼 1층석 5분의 3을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은 다 누구였을까요? 매니저와 코디, 제작사 사람들인가?
축하받을 사람만 있지 축하해줄 사람이 없는....
민식오빠도 읎고, 태극기팀은 한 명도 읎고, 밤두 깊은디 먹을 것두 읎고...ㅡ.,ㅡ
외려 제 눈과 귀가 즐거웠던 건 본행사보다 인순이언니와 조피디의 축하공연 때였심다.
콘서트 한번 자알 봤심다.

그래요, 누구 말마따나 상금도 없는디 너무 불쾌하게 생각지 말자구요.
상금있는 영화제서 타믄 되니께. 쿄쿄쿄~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ibis
2004.06.16 15:11
공감...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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