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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은령 감독 추모영화제

JEDI JEDI
2003년 09월 15일 17시 58분 02초 5863

故 조은령 감독 추모 영화제 ‘프론티어(Frontier)'

1. 기획의도

이 영화제는 단순한 추모전은 아닙니다.
조은령 감독의 영결식 이후, 단편영화와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중요성을 조금이나마 일깨우고, 그럼으로서 적지 않게 아래로부터의 ‘인프라’의 중요성을 널리알린, 고 조은령감독을 그저 영결식만으로 보낼 순 없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 영화제은 단순한 추모의 의미가 아니라, 고 조은령 감독을 현재의 시간속에서 다시 복원하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저희들 삶속에서 재위치시키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본 영화제는 아래와 같은 기획의도를 가지고 준비하는 작업입니다.

1) 영화감독으로서의 삶을 살아나갔던 고인의 작품을 통해, 영화를 통한 고민과 치열함의 흔적들을 살펴봄으로서, 영화인으로서의 고민의 넋을 기린다.
본인이 남겼던 대표작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습작들, 글들을 통해 우리는 본인을 다시 조명할 것이다.
2) 미완성작으로 남아 있는 ‘프로티어’의 제작의도와 고민들을 공유함으로서, 조은령감독이 살아생전에 이루고자했던, 아울러 교감하고자 했던 ‘정신, 시대사적 감수성’을 널리 알려낸다. 미완성작이기에 알릴 수 없었던 고인의 고민이 그 이전에 작품과의 연장선이면서, 전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갔던 치열함이 녹아들어있다. 우리는 이러한 고민의 미완성작을 완성시키고자 한다.

2. 추모전의 성격

1) 고인의 지인들이 자발적으로 준비하는 비영리 영화제
2) 글, 사진, 영상을 통해 고인의 흔적으로 정리하는 전시, 상영전.
3) 고인의 영화동료들이 고민을 회고하고, 본인이 남겼던 고민을 관객과 교감하는 인터랙티브 영화제.

3. 추모전 소기획안

1) 행사명 : 故 조은령 감독 추모 영화제 ‘프론티어(Frontier)
2) 내용 : 1. 故 조은령 감독 작품 상영
1996 <가난한 사람들> 16mm. 13분. 연출.
1997 <스케이트> 35mm. 10분. 시나리오/연출.
2000 <생(生)> 35mm. 19분. 시나리오/연출.
2. 故 조은령 감독 추모 영상물 ‘하나를 위하여’상영
김명준(촬영감독, 고인의 부군) 제작 중
3. 고인이 남긴 습작 상영
4. 사진전
5. 추모식(9월 20일 19시 1회)
※ 작품 상영 전후, 고인의 지인들과 고인의 미완성 유작인 ‘프론티어’관련 관계자들의 추도사와 고인의 삶에 관한 Q&A가 진행됩니다.

3) 일정 : 2003년 9월 18(목)-9월 20(토)
4) 장소 : 동숭아트센터 하이퍼텍 나다
5) 주최 : 고 조은령 감독 추모사업회
6) 후원 : 동숭아트센터, (사)한국독립영화협회, 영상미디어센터, 영화진흥위원회
7) 공식 추모 홈페이지 : http://www.echofilm.com
8) 연락처 : 고영재(조은령 추모사업회 간사 kosanha@korea.com


4. 프론티어(Frontier)의 의미

본인의 미완성 유작인 작품제목이면서, 본 영화제의 공식 행사명칭입니다.

“사람을 만나서 사귀게 될 때 처음에는 그 사람의 외모가 눈에 뜨인다. 키가 작다든지, 안경을 쓰고 있다든지, 얼굴이 까맣다든지, 이빨이 덧니라든지… 하지만 그 사람과 친구가 되어 더 알아가게 되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 그 사람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들, 그 사람의 꿈 등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조선학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태까지 조선학교에 대해 다루어진 방송이나 기사들을 보면 조선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 보이는 것들 ? 학생들의 치마 저고리 교복이라든지, 교실마다 걸려 있는 초상화 같은 것에 시선이 집중되는, 피상적인 차원의 이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극장용 다큐멘터리의 선례가 극히 적기 때문에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르포르타주 성격의 방송용 다큐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나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공부하고 제작해 스크린에 올릴 만한 가치가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보더라도, 재일동포들이 보더라도, 한민족이 아닌 관객들이 보더라도 공감할 수 있을 만큼의 완성도가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조선학교의 피상적인 겉 모습을 넘어서서 조선학교에 다니고 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아이들의 꿈을 영화에 담고 싶고, 그 아이들의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들이 어떠한 대가를 치루면서 학교를 지켜오고 민족을 지켜왔는지 그 생생한 목소리를 기록하고 싶다.
지리적 통일에 앞서 공통적인 언어, 문화, 역사의 민족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리 앞에 놓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들과 해외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마음이 하나로 엮어졌던 것을 경험했던 것처럼 스포츠나 예술에는 국경과 이념의 장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잇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려고 하는 이 영화가 한국과 조선적 재일동포들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자랑스럽게 우리 민족학교를 일본 땅에서 지켜 오신 분들에게 작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본인이 남긴 프론티어의 제작 의도 중에서




본 추모전의 이름을 ‘프론티어’라고 명명한 이유는 분단상황으로인한 민족의 아픔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본인의 정신 즉, 프론티어 정신을 기리기 위함입니다.


5. 고 조은령 감독 추모사업회


1) 사업회의 취지

⑴ 어떤 개인이 되었던 그 사람이 살아생전에 가꾸어 나갔던 삶은 사회속으로 환원되어야 할 사회의 자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⑵ 더군다나 자신의 삶과 철학을 영상언어로 재창조해 나갔던 고인, 아울러 여전히 생소하게만 느껴졌던 단편영화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한국영화계를 살찌우는 중요한 인프라로서 청년들의 영화작업을 주목하게 했던 고인의 활동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영화인들의 자산이라고 봅니다.
⑶ 본 사업회는 위와 같은 문제의식하에 조은령 감독의 작품과 글과 삶을 정리하고, 발굴하고, 널리 알릴 수 있는 데 작으나마 역할을 자임하고자 하는 여러 지인들과 영화인들의 자율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모임입니다.

2) 사업회의 역할과 조직체계

⑴ 조은령 감독의 글, 영화, 삶을 정리해 내고 대중들과 교감할 수 있는 사업의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
⑵ 사업회는 취지에 동의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자율적이고, 개방적으로 의견을 조율해 내며, 사업회의 성격상 종적인 의결기구의 설립은 지양하고, 실제 일을 해나가는 개별사업의 진행자들이 모여 의견을 결정하는 집행기구만을 둔다.
⑶ 본 사업회를 통해 얻는 모든 지적재산권의 사용권리는 유족들에게 일임한다.

3) 사업회의 사업

⑴ 조은령 감독 홈페이지 구축사업(www.echofilm.com)
- 홈페이지를 통해 조은령감독의 글(특파원시절의 글, 각종 산문 및 평론, 기타 영화인들이 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글), 작품(웹 스트리밍 서비스)을 모아낸다.
⑵ 조은령 감독 추모 다큐멘터리 제작
⑶ 조은령 감독 작품집 DVD제작
⑷ 조은령 감독의 글을 모은 책자 발간
⑸ 조은령 감독 추모전 개최
⑹ 기타 유족과 회원이 제안하는 사업


4) 추모사업회 위원 명단 (현재)
고영재(추모사업회 간사, 영상미디어센터 창작지원실장)
정윤철(영화감독, ‘기념촬영’‘동면’연출)
송일곤(영화감독, ‘꽃섬’‘간과 감자’‘소풍’연출)
김진한(영화감독, ‘햇빛 자르는 아이’‘장농’연출)
박유경(편집감독, 현재 ‘똥개’등 편집)
유재희(제1회 서울 기독 단편영화제 집행위원장)
고아모(DVD 디렉터, ASF 엔지니어)
이태숙(추모사업회 홈페이지 구축자)
원승환(한국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6. 고 조은령 감독에 대해서

1) 삶

․ 1972년 서울 출생
․ 1989~1993년 월간영화잡지 ‘로드쇼’ 뉴욕 특파원
․ 1996년 뉴욕대학교 (New York University) 영화과 졸업
․ 1996~1997년 뉴욕 인디영화에서 조명부로 활동
․ 2002년 9월 김명준 촬영감독과 결혼
․ 2003년 4월 10인 뇌진탕으로 자택에서 사망

2) 필모그라피

․ 1996 <가난한 사람들> 16mm. 13분. 연출.
․ 1997 <스케이트> 35mm. 10분. 시나리오/연출.

▶제4회 서울단편영화제 예술공헌상 수상
▶한국영화 최초 제51회 깐느국제영화제
단편경쟁부문 선정
▶제3회 부산 국제영화제 초청
▶단편영화 최초 극장 개봉 (동숭씨네마텍)

․ 2000 <생(生)> 35mm. 19분. 시나리오/연출.
▶제12회 독일 드레스덴 영화제 단편부문 2등상
▶제21회 블랙 마리아 필름 & 비디오 영화제 감독상
▶제1회 전주영화제 단편 경쟁부분 초청

․ 2002-2003 장편 다큐멘터리 <프론티어 / Frontier>기획 중 사망


7. 미완성 유작 ‘프로티어’기획의도

1990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그 날 이후에도 이 지구상에는 유일한 분단의 국가가 남아 있다. 아직도 쉽게 오갈 수 없는 같으면서도 다른 나라, 바로 코리아이다. 동북아시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작은 나라는 이데올로기의 장벽을 아직도 허물지 못한 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있다. 그리고 그 나라의 바다를 건너면 유일하게 남과 북의 사람들이 공존하는 세계, 일본 땅이 있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은 대부분 일본의 제국주의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노역과 군역을 위해 강제 이주 당한 이들의 후손들이다. 일본의 한국 이민자들은 한국 국적, 조선 국적 그리고 귀화하여 일본 국적을 가진 이들로 나뉘어 있다. 그러나 조선이라는 나라는 1910년에 이미 지구상에서 없어졌음에도 조선 국적을 가진 이들은 분단 전의 조선을 고향이라 여기며 그 국적을 지키고 있다. 물론 그들은 남한이 아닌 북한의 소속으로 총련계라 불리기도 한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한국인으로, 조선인으로 그리고 일본인으로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 국적과 이념은 다를 지라도 그들은 통일된 조국의 role model이 되어 차별과 불평등의 사회적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나라를 만들어 가고 있다. 그들의 사회 속에는 지난 50년간 온갖 핍박과 경제적인 고통을 이겨내며 지켜온 '민족학교'가 있다. 본명과 통명의 선택을 강요받는 한인들에게 이 민족학교는 타인에게서 강요된 열등감을 극복하는 장소요, 정체성을 회복하는 치유의 공간이며 자신의 뿌리를 찾는 시간으로의 여행이다. 그리고 이 곳은 낯설은 언어로도 호쾌한 웃음이 들리는 역동적인 곳이다.
일본학교의 진학을 통해 더 나은 경제적인 보장과 소수 민족의 차별을 벗어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은 자식을 민족학교에 보낸다. 그 부모의 부모들이 입었던 하얀 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고 오로지 한국어로만 말하고 들어야 하는 그곳에서 한인들은 웃음을 찾고 내일을 건다. 그래서 일본 어디에도 없을 낡고 초라한 민족학교의 건물에선 삐그덕 거리는 불협화음조차 최고의 하모니로 들리는 오케스트라 같은 힘과 열정이 느껴진다.
도쿄에서 신칸센으로 2시간을 가서 후쿠시마 현 고리야마 역에 내리면 후쿠시마조선초중급학교가 나온다. 정문이나 담장은 없고 주렁주렁 열매 달린 나무들이 그 학교의 교정을 대신하고 있다. 전교생의 70%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30년이 넘은 조선학교다. 매년 3월(?)이 되면 이곳에선 눈물의 입학식이 치러진다. 이제 갓 6살이 넘은 아이들이 부모의 곁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되는 것이다. 부모도 울고, 자식도 울고...도대체 세계 어느 곳의 초등학교 입학식이 이리 서글프단 말인가.
자기가 누구인지 뿌리를 알게 하기 위해선 민족학교에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언젠가 자식들이 크면 부모의 생각과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마치 그들의 부모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기숙사의 복도를 순찰하는 선생님을 발견하면 아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달려와 안긴다. 선생님이 부모가 되는 독특한 사제의 정이 온 교내에 향기가 된다. 선생님들 역시 초급학교부터 조선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십 수년을 기숙사 생활을 했슴으로 누구보다 아이들이 마음을 잘 안다. 초급학교 졸업식이 입학식만큼 눈물바다를 이루는 것도 바로 선생님들의 헌신과 사랑 때문이다. 여느 학교에서는 볼 수 없는 감동이 있는 것이다.
오늘은 저녁 식사 후 체육관에서 운동시합이 있다. 조별로 치러지는 농구시합.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신이 나게 뛰어 다닌다. 그런데 무지하게 부지런히 움직이고 수 없이 패스가 오고 가는데도 슛이 없다. 자기가 해도 될 슛을 자꾸 동무들에게 패스하며 양보하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우승도 개인적인 성적도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운동 자체를 즐기며 학교에서 배운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만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은 성적표를 나누어주는 날에도 볼 수 있다. 성적표를 받음과 동시에 학생들은 자신의 석차보다는 우리 반의 석차에 먼저 관심을 갖는다. 그래서 성적이 안 좋은 동무를 위해 조를 짜고 시간표를 세워서 함께 공부하여 함께 성적을 올리려고 애쓴다.
학생들의 이러한 성향은 분명 민족학교 선생님들의 특별한 교육 이념 때문이다. 본국에선 아직도 남과 북의 사상과 제도가 대립하고 통일의 의미도 퇴색되어 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나오는데 이곳의 선생님들은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개인적인 숙원 사업으로까지 여긴다. 남과 북의 정치를 초월한 교육을 하고 싶다는 선생님들. 어린 자식을 기숙사까지 보내서 민족을 찾고자 하는 부모들. 그리고 일본 땅에서 차별과 냉대 속에 사는 소수민족이 아니라 통일의 역군이 되겠다는 아이들.
그래서 일본의 한인들에겐 꿈이 있다. 분단된 조국이 하나가 되는 꿈. 일본 사회 속에서 당당한 한국인이 되어 개인적인 행복만이 아닌 다수의 행복을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꿈 말이다. 오늘도 민족학교의 기숙사엔 해가 떠오른다. 그들의 가슴만큼이나 뜨겁고 정열적인 태양이 오늘도 높이 높이 솟았다.


- 고인이 남긴 Executive Summary for Documentary (2003.3.6)



8. 영화제 일정표
시간 9월 18일(목) 9월 19일(금) 9월 20일(토)
17시 섹션 1 섹션 1
19시 섹션 2 섹션 2 섹션 3


1) 섹션 1 : 가난한 사람들, 스케이트, 생, 습작 상영
2) 섹션 2 : 가난한 사람들, 추모영상물 상영, 습작 상영
3) 섹션 3 : 추모식, 추모 영상물 상영


9. 영화제 티켓안내

본 영화제는 무료 상영입니다.
단 미리 예약하시고자 하는 분들은 http://www.echofilm.com에서 예약하실 수 있으며,
현장에서도 티켓을 나누어 드립니다.
절반은 온라인으로 절반은 현장에서 티켓팅을 할 예정이오니, 안정적인 관람을 원하시는 분들은 온라인으로 미리 티켓을 예약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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