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여후배들을 만나다
JEDI
2008.03.21 14:09:22
대학후배 k양과 k양을 만났다.
10여년 만인것 같다.
함께 시퍼런 20대의 대학시절을 같이 보내며 참 많은 사연들을 공유한, 그리운 추억속 인물들이다.
내 기억속에 대학시절의 여후배들이란 시트콤에 나오는 여대생들처럼 (비록 그들보다 미모는 못하다해도..) 세상이 마치 자기들 놀이터인양 좀 더 재미있는것, 맛있는것, 멋진것만을 찾아 다니는 철없는 '계집애들'이었다.
허구헌날 온 우주의 고민을 다 지고 살던 나는 그들의 그런 철부지스러움이 좋았었다.
그중에서도 10년만에 만난 두 k양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특별히 아끼고 좋아하는 동생들이다. 적당히 소박하고 적당히 정의롭고 적당히 순수하며 한없이 착한 녀석들이었다.
난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이 예전에 그랬듯이 밝은 표정으로 자기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있는지 수다를 떨어주기 바랬다. 남편과 남자친구가 자기에게 무슨 이벤트를 해줬고, 어느 식당에서 무슨 맛있는 음식을 먹었고, 어디로 여행을 갔는데 분위기가 끝내줬고, 선물을 받았는데 너무 이쁘고, 회사에는 어떤 재미있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이 무슨 짓을 벌였고.... 하여간 그래서 인생이 얼마나 재밌어 죽겠는지...
그런데 오모가리 찌개를 기다리던 두 k양은 반찬이 채 깔리기도 전에 서로 경쟁이나 하듯이 그동안의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 지금 얼마나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참으로 무거운 사연들을 쏟아내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물을 보이는 두 후배들을 보며 속이 상하고 우울해졌다.
그토록 밝던 스무살의 아가씨들이 이제는 아줌마가 되고 노처녀가 되어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것이 슬펐다.
사랑 때문에 아파하던 k양은 내게 뭔가 위안이 될만한 얘기를 듣고 싶어하며 아무 얘기라도 해주기를 바랬지만, 사실 난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마음에는 누가 어떤 얘기를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걸.. 나 자신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난 그저 “시간이 해결해줄꺼야...”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내가 해줄수 있는 가장 솔직한 격려이고 충고였다.
세월이 망쳐놓은 것은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꺼다.
k양은 다시 세월이 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음에 만날때에는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인생이 얼마나 신나는것인지 떠들어 줬으면 좋겠다.
10년전의 그 모습으로 세상의 어둠따위는 모른다는듯.. 인생의 무게같은건 느껴본적 없다는듯... 아픈 경험같은건 기억도 안 난다는듯... 철없이 깔깔거리며 수다를 떨어주면 좋겠다.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