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직선이 아니다.
moosya
2008.03.20 05:11:01
지금은 새벽 5시 3분, 오늘은 예비군 훈련이 있는 날이고 조금 있으면 부산을 떨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화줄을 놓쳐버린듯 허전한 마음이 들어 이렇듯 키보드에 매달린다.
서울의 새벽 공기같은 황량함이 가슴을 관통한다.
어제 저녁 시골에 계시는 어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주식을 잘못 투자해 퇴직금을 모두 날려버린 아버지께서 '보험 들어놓고 자살을 하면 돈이 나올까?' 하고 어머니께 물어보셨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이 일을 육성으로 아들에게 전할 용기가 없으셨던 모양이다.
나는 어머니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돈을 벌어야하지 않겠니'라고 어머니는 나에게 우회적인 압력을 행사하시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그 두분의 고통을 자양분 삼아 내 꿈을 키웠는지도 모른다. 물론 성과없이 지리한 꿈쫓기는 부모님뿐만 아니라 나도 지치게 만들었다. 우리집은 잘 살지는 않지만 그렇게 어렵지도 않았다. 혹 그래서 내가 마음 편하게 늦은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렇게 독수공방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다. 이제 우리 집은 찢어지게 가난하며, 부모님은 노후에 대한 대책이 없으시다.
삶은 유기적이며 곡선이다. 수많은 곡선들이 뒤엉켜 서로의 진로에 영향을 미친다. 꿈을 꿀 수 있었던 것도 모두 부모님의 방패막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 꿈을 접어야하는 것도 부모님의 생채기를 이제야 두눈으로 확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른이 지난 나이이건만 아직 철이 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주의의 금전적 관계로 회귀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