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과 카메라
hermes
2008.02.16 10:07:41
친구에게
옛날에 말야.
아주 옛날에.. 우리 사진찍으러 다니던때 기억나 ?
집에 장롱에 있던 카메라 하나씩 들고서는 사진찍는다고 막 돌아댕겼지
동네계단, 낡은벽 고궁. 거리... 그때는 동네가게 아무데나 필름도 맡길 수 있었는데. 그치 ?
우울증이 생길것 같아서 오래된 카메라를 하나 샀다.
오래된물건인데 낡진 않았드라. 이상해.
나두 날 좀 더 아껴줘야 할것 같애.
너두 그래라. 좀 아끼자. 아껴.
그 옛날에는 비싸서 쳐다도 못보는 건데, 그때만큼은 비싸지 않네..
돈이 많냐구 ? 아니 전혀.
그래서 우울증을 달래느라 요즘은 인터넷 사진관들을 돌아댕긴다.
여기 저기 많더라. 사람들 사진 참 잘찍어.
다들 작가야. 와~..
하긴 국민취미가 사진찍기잖아.
아직은 그냥 테스트 몇방. 렌즈가 오래된거라... 겉은 멀쩡한데 속은 안그런지..
흐릿하게 나온것들이 많네..
내가 노출을 잘못잡아 그런거라구 ? 글쎄.. 그럴지도 모르지.
게시판에 사진 제목이 "스따리나잇"
봤더니 올림픽 공원 야간에 찍은 사진인데 하늘에 별이 몇 ! 개 있더라.
서울하늘에도 별이 나왔다고 기분좋게 찍은 사진인가 본데..
보는 순간 짜증이 팍 나네..
남대문을 새로 짓던 시절에 살던 사람들에게
나중에는 저 별이 다 안보이게 된다고 얘기해주면 그 사람들이 믿을수 있었을까.
어떻게 별이 안보여요 ?
글쎄 나중에 미래에서 사람들이 와서
나중에는 저 해를 볼 수 없게 된다고 말할지도 몰라.
우린 그럼 믿을거야. 그치 ?
"당연하지. 그렇게 되겠지."
그런걸 믿어버리는 인간들이잖아. 우린,
뻔뻔하고 재수없어 정말..
암튼 이 사진기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찍구 싶다.
그게 영화만들기보다 훨씬 좋을것 같다.
그게 영화다. 그게 진짜구, 그게 훨씬 더 행복할것 같아.
우리가 옛날에 하고 싶었던.. 그거 말야..
우울하게 굴어서 미안. 담에 만나면 웃어줄께.
오늘만. 봐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