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시설점검

ty6646 2008.01.18 19:25:33
눈을 뜨니 새벽 2시20분, 알람을 꺼놓고 고개를 들어보니
아내는 컴앞에 머리를 쳐박고 있다. 눈을 부비고 주섬주섬 일어나
천엥짜리 한장을 꺼내어 주머니에 꾸겨넣고 아내에게 묻는다.
언제나처럼, 똑같은 말로 묻는다.



나 : 뭐 먹을래?
아내 : ...
나 : 암것도 안먹을거야?
아내 : 우동...
나 : 우동?



우동이라.... 머리속에 우동이란 단어가 들어갔다.
새벽, 깨어난지 1분도 안지난 상태에서 우동이란 단어가 들어가니
잠시 머릿속 기계들이 삐걱거린다. 우동을 어떻게 내놔야 하는가....
산다? 끓인다? 끓이게한다? 가게에 가서 먹는다?

씽크대아래 문을 열고 어제저녁 장볼때 사둔 카레우동을 꺼냈다.
아내에게 물어보니 OK사인이 떨어졌다. 가스렌지에 물얹어놓고
난 세븐일레븐으로 쓰레빠를 끄질며 갔다. 바깥 날씨는
상당히, 매우, 제법, 환장할만큼 추웠다. 날씨는 언제나 풀리려나...

세븐일레븐에서 내가 먹을 오뎅과 오니기리를 구입했다.
돌아오니 아직 물은 끓지 않았다. 오니기리를 한입베어무니 물이 끓어오른다.
카레우동은 컵라면이지만, 스치로폴로 된 컵이 몸에 좋을리 없기에
가급적이면 냄비에 면을 넣고 끓인다. 냄비에 면과 스프를 넣고
다시 오니기리를 한입베어물고는 오뎅국물을 한모금 삼킨다.

오니기리에 오뎅국물은 딱이다.
지난주에 처음 발견한 이 환상의 커플에 열광하고 있는 중이다.
밥먹기 귀찮거나 마땅히 먹을 것이 없거나,
아님 일나가기 직전이면 바로 이 커플로 해결하곤 한다.

카레우동이 완성되고 냄비에서 사발로 옮긴다.
방안에 신문지 한장펴고 그 위에 사발을 내려놓으니 냄새가
솔솔한게 제법 맛있어 보인다. 난 오니기리와 오뎅을 먹어치우고는
먼저 보급소로 향했다. 신문에 찌라시를 넣고 아내와 내 신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 자전거에 아내의 신문을 채워넣고 난 먼저 출발했다.

요즘 아내는 내가 아내구역을 많이 거들어주는 관계로
나보다 출발이 한시간가량 늦다. 한시간가량 늦게 출발하는 아내는
처음의 중계구역에서 거의 나랑 만나게 된다.

중계구역에서 빈자전거에 다시 신문을 채우고나니
아내가 어슬렁거리며 나타난다. 아내의 자전거에
다시 신문을 채워주고 출발하려고 할때 아내가 내게 묻는다.




아내 : 아침에 수도물로 세수했지?
나 : 응
아내 : 며칠전에 종이 날라온거 못봤어? 오늘 아침 6시까지 탁한물이 나온다라는 거
나 : 그랬어?
아내 : 그것도 모르고 세수한거구나 우하하하하하 얼굴에 더러운거 많이 묻었겠다
나 : .... 너 아침에 우동 먹었지?
아내 : 그런데...?
나 : 그거 무슨 물로 끓였겠냐?
아내 : ............
나 : ㅋㅋㅋㅋㅋ





웃고 있는 내 옆에서 아내는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작은 일에도 걱정이 많은 아내는 못먹을 걸먹은 듯한 표정으로 배에 손을 얹고있다.




아내 : 나 위장 안좋은데 더 나빠지지 않을까?
나 : 걱정마 그까짓거 아무렇지도 않으니
아내 : 속이 엉망진창이 되었겠다-.-
나 : 괜찮대구, 물받을때보니 깨끗하더라 뭐
아내 : 병원가볼까
나 : 저....언....혀 괜찮다니까




아내의 이마통을 검지손가락으로 살짝 눌러주고는 먼저 출발했다






지금은 오후 2시. 아침의 수돗물에 대한 걱정은 어디로 날라가고 없는지 아내는 지금 자알잔다^^




오후 5시, 석간배달이 끝나고 아내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위내시경 검사를 예약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 뭐든지 예방은 좋은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