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 일하던 친구놈이
MBA과정을 밟으러 내일모레 미국으로 떠난다고 연락이 왔다.
난 전날의 숙취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뭐? 그 새퀴가 농구하러 미국으로 간다구???"라고 반문했고 ㅡㅡㆀ
미국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 아들 돌잔치를 겸해
오랜만에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뭉치기로 했단다.
뼛속까지 인문학도였던 놈이
대학 졸업 후 이공계통 일을 하게 된 것도 신기한데
과장 진급 후에 퇴사를 한 후
뜬금없이 MBA 과정을 밟으러 간단다.
듀크대면...미국에선 10위권 안에 속하는 거의 아이비리그 급인데...
하긴 그 놈이 공부 잘하는 엘리트긴 했지...
저마다 처자식과 함께 돌잔치 자리에 참석한 친구놈들과 달리
나를 포함한 찌질이 3인방은
구석 자리에서 본전을 뽑아야겠다는 듯
게걸스럽게 뷔페를 퍼먹어댔다.
그날따라 입맛이 없어 다섯접시 밖에 못 먹은 나는;;;
30대 중반이 되도록
뭐하나 변변히 내세울 커리어도 없고 여친도 없는
나머지 두 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놈들은 도무지 변한 게 없다.
마치 이놈들한테만 세월이 비껴가는 것 같다고 느꼈다.
중.고등학교때
황야의 무법자로
불리던 3총사...
돌잔치가 끝난 후
우린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술집을 찾았다.
착한 놈은
도날드 페이건의 나이트플라이(야간비행)이라는 앨범을 얘기했고
나쁜 놈은
박찬욱 감독님이 한때 준비하시다가 엎어졌던 음악영화 야간비행을 얘기했고
이상한 놈은
생텍쥐페리의 야간비행을 얘기했다.
남들은 대기업 과장이나
한 가정의 어엿한 가장이 되어 있을 때
우린 방랑장이라는 여관에서 술이나 퍼마시며 영화를.. 문학을.. 음악을.. 만화를.. 논하고 있었다. --;;;
착한 놈은
일부종사가 원칙이고 잘 도망을 안간다는 베트남 여자를 얘기했고
나쁜 놈은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의 고려인이 더 낫지 않겠냐고 얘기했고
이상한 놈은
샤라포바같은 여자가 껌을 팔고 있다는 폴란드나 러시아 엘프들과 결혼해서 인종개량을 하는게 어떻겠냐고 얘기했다.
ㅡㅡ;;;;;;;;
그렇게 우리는 날 새는 줄 모르고 술을 마셨다.
참으로 다행인게
시간은 흘러도
오래된 친구는 남았다..
우겔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