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몬한 전투
junsway
2006.12.13 15:52:56
하루키의 <태엽감는 새>에 보면 <노몬한 전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일본군의 한 부대가 러시아 국경에서 고립된다
사방이 러시아군대에 둘러쌓여 오갈데 없는 사면초가에 처한 것이다
일본군은 식량이 떨어지고, 마실 물마저 떨어지고...
극도의 기아와 목마름에 아사 직전까지 몰린다
부대 앞쪽으로는 강 하나가 흐르고 있었는데
일본군쪽에서 그 강으로 가려면 오픈된 공간을 지나서였다
도저히 참지 못해 물을 마시러 강으로 나가면 러시아군의 무자비한
기관총 세례에 물은 커녕 바로 저세상으로 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일본군의 일부가 "물이라도 먹고 죽자"라는 마음으로
물가로 달려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전염병처럼 굶주림을
넘어서 내장까지 바짝 말라버려 이성을 잃은 일본군들을 강으로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부대는 정말 무슨 의식처럼 한명씩 죽어나가면서 전멸해 간다
소설속에서 그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전해주는 한 남자는 그 잔인한 상황속에서
결국은 끝끝내 살아남아 이제 귀가 먹을 정도의 노인이 된 것이다
그가 주인공에게게 한가지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세상에는 때가 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눈 앞의 물을 먹지 말아야 할 때가 있고....
그럴 때는 아무리 힘들어도 참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부조리하지만 참을 방도 밖에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이 바로 눈 앞에 와 있는데
오히려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하는 처참하리만큼의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갔었던 동네 대중목욕탕에서
떼를 불리기 위해 아버지가 등을 떠밀며 들어갔던 온탕과 열탕의 그 뜨거움을 기억한다
살이 붉어지며 벗겨질 것 같은 고통이 한시라도 뛰쳐나가고 싶은 충동을 만들지만
참아내면 온몸의 땀구멍에서 땀이 흘러나오며 세상 그 무엇보다 시원한 쾌감을 느꼈던 그때....
미군의 무시무시한 융단폭격을 굴속에서 버텨내며 기다리다
결국엔 미군을 베트남에서 몰아낸 월맹의 그 징글징글한 베트남인들처럼....
요새는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부조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놓질 못한다.
더불어... 그 부조리한 싸움에서 상황을 더 뚜렷하고 명료하게 쳐다보고 참고 견뎌낼 수만 있으면
결국엔 상상하지 못할 극도의 쾌감을 얻으리라는 희망을 갖는다
부조리한 현실에 고함이라도 지르고 싶다!!!
그럴 때마다 입을 다물고 때를 기다린다
지금은 압도적 공세에 고개를 수그리고 죽은 척 하지만
그 날도 얼마 남지 않으리라는 생각....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지옥에서 귀환한 멋진 카우보이처럼 당당히 나서리라.....
그렇게 되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