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관념/ 여자와 남자....

hifive 2006.12.05 00:13:04
모처럼 시간이 남는다.
마감.
마감.
마감.
휴우~! 긴 한숨을 내쉬고는 책상을 정리하다보면 잊고 있던 고지서들이 아우성 친다.
자동이체를 해야지 하면서도 늘상 잊어 버린다.
은행일을 보고 통장 정리를 하고 ... 마감 후엔 그런대로 적잖은 액수가 찍힌 통장 인쇄면을 보면
나름의 여유가 생긴다. (곧 빠져 나갈 돈들일지라도...)
대형 할인마트에 가서 냉장고를 채울 무언가를 손수레에 담는다.
느긋하게...시간이 남아도니까...
물건 가득 담긴 마트 비닐백을 양손 무겁게 들고 나오다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서는데
중년의 부부가 곁에 서있다.
"이리줘요!"
"괜찮아."
"이리줘요. 보기보단 이게 무겁단 말이지..."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장바구니를 빼앗듯 손에 들고는 무거운지 어깨에 들춰매듯 한다.
옆에서 그 모양새를 보다가 남자의 얼굴을 얼핏 본다.
중년의 건장한 아저씨...와 또 중년의 아주머니..

마트 안에서 손수레를 끌며 짐꾼 노릇을 하는 남자들을 가끔 볼때면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지만..
난 안쓰럽단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퇴근 후 지친 몸으로 다정한 남편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건
참 힘든거구나..라고. 물론, 종일 집안 일에 치이고 아이에 치인 주부도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여자이지만 아직은 빡세게 사회 생활 하는 나로선 남자의 모습이 더 측은하게 보이는건 사실이다.
빨리 사고 가자! 뭘 이렇게 많이 사? 를 연속 중얼거리는 남자들...

마트 안에서 잠깐 스쳐던 신혼인듯 한 부부는 맞벌이였던 듯..
"초코렛을 왜 이리 많이 사?"
"스트레스엔 단게 좋아! 요즘 연말이라 정리할 서류가 많아서 단걸 먹어줘야 머리가 팍팍 돈단 말이지.."
"어... 나 이거 골랐는데...(남자가 여자에게 보여준 건 냉동식품인 갈비탕이었다) 당신 늦으면 혼자 먹을게 없어서...." 남자의 말끝이 흐려지며 잠시 여자의 눈치를 보는듯 하다.
"잘했어..."

집에 오는 내내 이 두부부의 모습이 떠나질 않는다.
젊은 부부와 중년의 부부 모습이 대조적이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예의 중년 아저씨와 아주머니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난 잠시 웃었던것 같다.
생각해보니 ..
꼭 짐을 남자가 들어야 한다는 법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면 무거운걸 들어서는 안될 환자였던지 -_-;;;

학창시절 소개팅에 나갈때 친구들이 했던 이야기는 늘
공짜쿠폰 마냥 남자 주머니를 빈곤하게 만들겠다던 포부들..

여자니까..남자니까..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이 내 머리속을 지배하는지..
반성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