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의 여름

ty6646 2006.08.30 08:17:02
태어나서 지금까지 딱한번 혼자서 술을 마셨다.

1998년 여름, 집에서 소주한병을 사다놓고 맥주잔에 원샷을 했다.
소주 한병이 맥주잔으로는 딱 두번 마실 수 있었다.
내 딴에는 안주랍시고 쵸콜렛을 먹었는데, 그날이후로 거의 5년간은
쵸콜렛 근처에도 갈 수가 없었다.
쵸콜렛만봐도 소주냄새가 나며 오바이트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병이 금새 비워지자 너무 싱거워서 다시 한병을 더 사왔다.
그리고 다시 한병, 다시 한병....
다섯번째 소주를 사러갔을땐 도중에서 기억을 잃어버렸다.


며칠후 깨어나보니 한바탕 큰 소동이 벌어졌었다라고 한다.
내가 소주를 사러 자전거를 타고 가다 건널목에서 자빠졌고,
그 길로 구급차에 실린 나는 이틀간 병원에 입원했으며
입원중인 난 큰 소리로 악을 질러대며 온갖 발버둥을 다 쳐서
할수없이 나를 병원침대에 꽁꽁 묶어두었다라고 하는데....
나는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니...

다만 내 옆에서 며칠간 간호를 하던 그녀의 눈에서 큰 눈물만이 뚝뚝 떨어지는게 보였다.
참 미안했고 황당했다. 다른 여자때문에 죽을 뻔 했는데 간호는 또 다른 여자가 해주고
그리고 수년이 지금 내옆엔 또 다른 여자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니 세상은 참.....


가끔 술한잔 하고 싶을때가 있지만
가끔 아내가 채워줄 수 없는 외로움때문에 정신잃고 싶을때도 있지만
그렇게 아무렇게나 취해서 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의지해도 될만한 사람이
이곳 tokyo엔 없다. 전부 한국에 두고 왔으니.....
그렇다고 다시 혼자서 술마시는 일도 없고.....


언젠가 인연이 다가오는 여름때가 오면 kinoson님과 한잔 쯤 주고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