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의 여름

kinoson 2006.08.30 08:02:14
태어나서 지금까지 딱 세번 혼자 술을 마셨다..

2001년 여름 연출부 써드로 영화 한편 준비하다가
너무나도 갑자기 영화가 엎어졌었다...
거의 첫 영화였다...아는 사람도 없고..마음은 괴롭고..
새벽까지 고시원 주변을 어슬렁 거리다가
기사 식당을 발견하고 택시기사인척...

4000원짜리 부대찌개 하나 시켜놓고 처음으로
혼자 술을 마셔보았다....

엄청 취했고....마음은 더 심란해졌다...


2004년 여름 몇달간 끙끙거리며 쓰던 시나리오가 마침내
끝이났다...별거 아닌 시나리오 였지만...
스스로 큰일을 한냥 마음이 들떠있었다
오늘같은날 그냥 있을 수 없지...

편의점가서 비엔나랑 사발면 사와서 집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머리속에 콘티 그려가며...
나름대로 행복한 술자리였다....


2006년 여름...어제...갑자기 내린비에 온몸이 흠뻑젖어
중곡동 어딘가에서 혼자 술을 마셨다...


그러고 보니 세번 다 여름이었다...
그렇게 올 여름도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