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속눈썹은 길었다.
눈감은 그의 옆모습, 난 그걸 보는게 좋았다.
길게 내뿜는 담배연기 속에 반쯤 감긴 그 눈빛이 좋았다.
찬란한 희망과 수없이 많은 재주를 지녔던 내게 유일한 쉴 곳은 그와의 시간뿐.
그렇게 사랑이 깊어 갈수록 난 괴로워져 갔다.
돈. 크나큰 대박.
무턱대고 널 믿는 다는 건 사랑이란 이름에 횡포였어.
만약 나의 행복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너만큼 아껴줄 수 있는 사랑이 있다면, 난 떠나야 한다고 내 자신을 설득 시켰어.
둘 다 배고플순 없으니깐.
그게 내 인생을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 생각했어.
어느덧 너는 지쳐 갔었지.
대박낼수 있다고 큰소리 뻥뻥 쳤던 너에게 그때 난 눈물을 흘렸던가.
너를 떠나면서 그때 너에게 남을 수 없었던건,
데뷔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있는, 영화판이 얼마나 비열한지 알고 있는 내 자신이 미웠기에,
비겁한 내 자신이 나도 싫었기에.
그 후론 다신 그를 볼 수 없었다.
친구들의 얘기로는 모든 조건이 아주 좋은 그런 여자와 선을 보곤 곧 결혼을 했다고 한다.
그리곤 곧 서둘러 어느 먼 나라에로 떠났다고 한다.
그곳에서 입봉해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말을 남긴채.
충무로에서 멀리. 아주 멀리.
그 모든게 아름다웠던 말하기에 웃내 가슴 뛰는 기억들.
그를 위해 난 몇 편의 시나리오를 만들었썬던가.
죽고 싶도록 보고 싶어 했던가.
난 지금도 그를 생각하며 울음 대신 핏빛 시나리오를 토해내고 있는데.
가끔은 마음이 흔들렸지.
속 눈썹이 긴 남자를 보면.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건 그 속의 너의 모습.
내가 널 잊어주길 바라니.
그렇다면 미안해.
내 모든 시나리오 속엔 니가 있으니까.
제발 그곳에서 성공해줘.
제발 나의 sk8er boy가 되줘.
땅을 치고 성공한 널 못잡은 나를 후회하게 해줘.
아직도 나를 용서 못하니? 너를 버렸다고 생각하니?
끝까지 그렇게 안다면 난 너무 가슴 아파.
그래도 너무 미워 하지마.
나도 댓가를 치뤄.
너 이후론 그 누구도 사랑할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