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다.

sadsong 2005.09.28 01:55:48
지하철 안에 있다.
지하철 문이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들어온다.

평범하게 생긴 사람들도 들어오고
독특하게 생긴 사람들도 들어온다.

하지만 하나되는 건
굳어있는 얼굴들.

이제, 가득찬 사람들.

인상 참 제각각이다.
저 제각각인 사람들은 제각각 다 뭘 하고 살까.
어디서든, 뭐든, 어떻게든 뭘 하나씩 하긴 할텐데.
신기하네.
....

열받는다.
갑자기 열받는다.
세상에 무슨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
세상에 무슨 할 일들이 그렇게 많아. 썅.


자, 그럼 난 무슨 생각을 할까.

개체수가 참 많아. 너무 많아.

미워진다.
갑자기 미워진다.
사람들 얼굴 하나하나가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 얼굴들이 밉게 보이기 시작한다.
그 얼굴들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진다.
미워. 꼴도 보기 싫어.
눈을 감아버릴까.

너무 많아.

그냥 다 죽어 없어지면 어떨까.
저 아저씨, 저 여학생, 저 회사원, 저 청년.
지금 객차 안을 가득 메운 굳은 표정의 사람들쯤 다 죽어도, 세상 돌아가는 데 아무 문제 없어.


아.. 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그 사람들이 힘들겠지.
문제 있구나.
그럼 참던가.

그런데....


너무 많아.
다 보기 싫어. 미워. 화가 나.



하지만 내가 마음속으로 당신들을 죽이고 있을 때
당신들 역시 날 죽이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

난 그냥 살려 주세요.


미안해요. 난 좀 살자.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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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숨을 참아 보다가 눈을 감았다가
또 손목을 짚어도 내 심장은 무심히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카페인을 흘리우고 있었지

<카페인-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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