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elephantstone 2005.07.26 03:41:03
대뜸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최근 유난히 많이 보게 된다.

어떤 술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술자리를 합석하게 된 모 피디,

친구가 날 시나리오 작가 라고 소개를 하니 대뜸 하는 말이

"요즘 시나리오 없어서 죽겠어요.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며 명함을 불쑥 내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를 한다는 사람들 모임에 갔다가 대뜸 누군가 다가와

"작가님 시나리오 좀 보내주세요." 라며 역시 명함을 내민다.

그 자리에 있는 몇시간 내내 한마디도 건네 보지 못한 멀찌감치 앉아 있던 사람이란 것에 더욱 당황 스럽기만 하다.

머뭇 거리다 명함을 받아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이거 날 언제 봤다고 시나리오를 보내 달라는 거지?

남는 거 있으면 보내 달란 건가?

다른 작가들은 집에 시나리오 쌓아 놓고 사니나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시나리오 보여주는 걸 무서워해서는 안된다고"

그 말을 이해하는 건 머리지만 상하는 건 마음이다.

입봉을 못한 작가라 그런건가?

남는 시나리오도 없고 써놓은 시나리오도 없고, 그 쪽 취향도 아무것도 모르는데, 뭘 보내 달란 거지?

저인망 투척인가? 아무거나 받아보고 맘에 드는 거있음 고르겠단 건가?

다시 한번 자존심이 상한다.

시나리오는 사람이 쓰는 거 아닌가? 영화도 사람이 만드는 거 아닌가?

왜 한번 만나서 이야기 해보고 사람에 대해 알아 볼 생각을 안하지?

초고만 받아 보고 좋으면 크랭크인 하는 건가?

작가는 시나리오로 말하는 것이기 때문인가?

그래도 해도 너무한다. 생변 부지의 사람에게 다짜고짜 시나리오 보내 달란 소리를 왜 마구 날리는 건.

다음 날 나한테 시나리오 보내 달란 말한 걸 기억이나 할까?

처치 할 곳 없는 명함 장 수 줄었다 거로 행복해 하는 걸까?

이메일로 시나리오를 받고 좋으면 연락하고, 아니면 연락 없을 거란 건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