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에 털 난 여자
pearljam75
2005.03.21 00:47:54
그냥 아는 인간이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젓갈 장사하는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신림동 고시촌이나 자기네 학교 도서관에서 삼사년 버티더니 재작년 겨울 사시 2차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지금은 연수원 2년차에 있는 인간이다.
올해로 서른 몇살이 되었는데 형들도 결혼을 못했고, 홀어머니는 젓갈 장사를 그만 두셨다고 했다.
그 오빠가 사시 공부를 하게 된 이유는 판,검사라는 간판을 미끼로 부자집 딸래미와 결혼을 해서
팔자 좀 고쳐보자라는 거 였는데 - 참으로 힘들게 셔터맨의 경지에 이른다.-
진짜로 시험에 붙자마자 마담뚜들이 들러붙어 어리고 이쁜 준재벌급의 딸래미를 소개시켜줘서
둘이 사귀고 있다고 했다.
(아무리, 판,검사, 변호사가 될 남자라지만, 그 기집애 참 비위도 좋지...
나, 약간 열받아서 결국 인신공격하게 되버린다.)
참고로, 클린트 이스트우드같이 "훌/륭/한" 남자를 사랑하는 나는,
머리도 좋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지위에 올라 - 조영래 변호사처럼 꼭 뜨겁게 살 필요는 없지만 -
열심히 일해서 돈 벌고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미면
어머니도 좋아하시고 보기에도 좋을텐데
대놓고 돈 많은 처가에 몸 팔아 어리고 이쁜 여자와 결혼해서 정치에 입문하겠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그 뻔뻔한 속물주의를
견딜 수 가 없다.
여자들도 조건을 보고 결혼하는데 왜 자기는 자신의 사법연수원생 신분으로 조건으로
거래 할 수 없는 거냐고, 그게 뭐 어떠냐고 하는데...
사실, 매년 1000명씩 합격생을 내는 요즘
400등 안에 못 들면 판,검사 임용을 받지 못한다는데
그 인간은 판사가 목표였음에도 공부를 안 하더니 500등 밖으로 밀려났고 이제는 저기 하위권에 머물러서
로펌에도 못가고 혼자 변호사 개업할 것 같기도 하다.
과연 ... 어리고 이쁘고 돈 많은 여자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 말 것인가...
끔찍한 보상심리,
신실한 마음이 없는 이런 남자랑 결혼하게 되는 여자는 누구일까?
나는 그 인간과 연락을 원래 자주 안했는데
어제 친한 후배와의 통화로 알게 된 그 인간의 근황은 다음과 같다.
연수원 초년생 때 만난다는 그 준재벌급 딸래미와는 진작에 헤어졌고
얼마 전에 또 선을 보았다고 한다.
전화기에 대고 그 오빠가 후배에게 한 말:
"글쎄 지금 나 선보고 집에 가는 길인데... 어땠냐구?
참, 나. 이 여자 완전 양심에 털났어.
93학번이 어떻게 나랑 선보러 나오냐... 그 나이에. 진짜 양심도 없지."
음...
나는 가난한 연수원생의 어쩔 수 없는 태생적 속물근성를 고발하기 위해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너무 없이 사는 사람들은 이래서 문제다 라고 한탄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청춘의 덫! 이런 드라마, 이젠 식상하니!-
서른 둘 여자가 선을 보러 나가면 양심에 털 난 여자라고
혀를 차는 이상한 대한민국 남자(들)을 갈구고 픈 마음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내년이면 서른 둘이 되는 나 자신에게 -넌 이제 결혼도 못하겠구나! 선보러나가는 행위는 양심에 털 난 행위야!
- 연민을 갖고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거대한 머리에 짧은 팔, 다리, 혀를 소유하고도
그까짓 사시패스 한 걸 가지고
어리고 돈 많고 이쁜 여자를 갖고 정치판에 뛰어들려고 하는
탐욕스러운 지인에 대한 뒷다마를 까려는 게 아니라...
도무지
상식이나 인간의 도리같은 건 통하지 않는,
요즘에 특히나 심하게 나불거리는, 배웠다는 사람들의 막되먹은 뇌를 절개하고픈 욕구때문에
이 난잡한 에세이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