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sadsong 2005.02.13 17:10:25
당시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것만 같던 일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 어렵지 않게 용서하곤 하는 것은
실제로 그것이 용서해도 괜찮을 만한 일들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그 날의 기억들이, 아픔들이,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던 분노들이
내 안에서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단순히 잊혀져 가는 것을, 죄 값의 크기가 애초에 작았던 것으로,
그렇게 스스로의 착각에 빠져가고 있기 때문일 뿐이다.

지난 어떤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적절히 사라져 가고
가끔씩 스스로의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 것은
대체로 득이 되거나
더 나은 삶의 질을 보장해 주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나에게 속는 것이 끝내 용납되지 않는다면
편한 삶 얻기를 포기하고서라도
그날의 상처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가는 수밖에.


독하게.


sadsong / 4444 / ㅈㅎㄷ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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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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