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인상이 살인까지 가능할까?
junsway
2004.12.27 13:29:21
1. 담배인상에 대하여
담배값이 순식간에 500원이 오른단다. 사재기를 하고... 또 엄하게 법으로 다스린다고 뉴스에서 떠들고... 그래도
골초들은 상관없다며 아랫입술을 깨물지만 내심 충격이 큰 그런 분위기다. 그 수익의 일부가 흡연으로 발생하는 질병치
료를 위해 보건소 무료 진단 및 치료 항목에 내년에 대대적으로 포함된다고 하니 담배 끊고 건강하게 살라는 국가의 건
전한 의지인가 보다.
난 담배 끊은지 올해로 13년이 됐다. 대학 들어가서 2년동안 매일 한갑 반을 피웠다. 청솔이라는 담배를 기억하시는
지... 매일 폭주에, 담배에, 커피에, 외박에, 광적인 문자중독증에 몸이 결국 휴즈 끊기듯 쓰러진 적이 있었다.
그때 독을 품고 담배를 끊었다. 그리고 커피도 끊었다. 그러나 사람 만나는데 어찌 술을 끊을 수 있으랴......
문자중독증도 당시에 높은 학습열(학과 공부가 아닌 학회 세미나 공부)에 멈출 수 없었다. 결국은 담배와 커피를
버리고, 술과 문자중독증 그리고 외박을 선택했다.
그후로 13년이 흘러 서른 다섯이 되었다. 작년에 결혼했으니 외박이 자연스럽게 끊겼다. 문자중독증은 직업이
작가에다가 운동안하고 방에 쳐박혀 컴 모니터 들여다 보는 일이니 끊을 수 없다. 그리고 최근 지방간 판정을 받아
술은 끊었다. 남은 건 문자중독증......결국 책만 보고 지식만 습득하고 글만 쓰는 수공업적 노동자로 남았다.
쓸쓸하고 외롭다. 500원 인상에 담배를 끓을 애연가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그 재미에 인간들이 조금은 너
그러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 그 독한 간접흡연도 견뎌왔는데..... 이젠 예민하고 까탈스런 영화하는 인간들이 돈없어
담배도 못사피는 처지에서 마구잡이로 질러댈 그 꼬장들을 어떻게 받아줄꼬...
2. 담배가 스트레스를 높이다 그리고 성적인 문제를 건드리다.
영화를 하다보면 돈없는 영화인이 그나마 손쉽게 저렴한 가격에 스트레스나 여가를 즐기는 것들이란 매우 제한되어 있
다. 그 중에 하나가 술이요, 또 하나가 담배일 터이다. 그 외 운동이나 산행, 여행이 좋기는 하나 천성이 게으르고 높은
데 올라가기 싫어하고 돈 많이 들어가는 여행을 즐기기엔 영화인들에게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다.
일전에 모영화사의 어떤 감독님이 '역시 술은 일하면서 마시는 술이 최고지.'라고 한말처럼.... 테크노처럼 지저귀는 지
겨운 영화인들과 몸축내는 술자리도 이젠 사실 좀 지겨워졌다. 몸도 축나고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산에 가
자니 것도 좀 뻘쭘하고 운동도 끈기가 없어 쉽지 않다. 여행은 엄두도 안난다.
그나마 담배값도 오르니 신경질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예전 고등학교 때 담임한테 "왜 한국사람들은 술과 담배
인심이 이렇게 좋습니까?"하고 물은 적이 있었다. 하기야 지금은 좀 덜하지만 당시만 해도 길거리에서 담배 한개피
얻어 피우는 건 정말 너무도 쉽고 자연스러운 사회풍경이었으니까.... 담임 왈 "먹고 빨리 죽으라는 거지 뭐...."
그런 담임이 지금도 밉다. 그나마 이젠 길거리에서 담배 한개피 달라고 하기도 어려워질 듯 하다. 술자리에서 자칫
눈치 보이게 남의 담배 계속 얌체처럼 피워물다가는 싸움도 불사할 것 같다.
이쯤 되면 그 모든 화가 성적인 문제로 풀어보려는 노력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본인처럼 결혼한 사람이 아닌 솔로들
은 정말 괴로운 듯 싶다. 매춘의 역사가 참으로 오래됐지만 매춘이 가진 여러가지 불완전성이 지적만족을 즐기려는
영화인들을 괴롭힌다. 이를테면 매춘 후에 찾아오는 공허감과 존재에 대한 심각한 불안감은 꽤나 그 휴유증이 심각하다
고 한다. 거기에 성매매특별법까지 발동하고 매춘은 더욱 더 은밀하게 숨고 있다고 어제 공중파방송의 다큐프로에서
봤다.
사실 섹스의 본질중 하나는 파트너쉽이다. 배설과 흥분은 섹스의 외양이며 동물적 본능에 속한 문제다. 파트너쉽이 부
재한 섹스는 화장실에서 응가하며 피우는 담배보다는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여자나 남자를 성적 대상에서 파트너로 인
정하는 방법은 섹스보다 진실한 대화를 선행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직업여성에게 돈 몇만원 쥐어주고 대화를 지속한다
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3. 담배인상이 결국 살인까지 가능할게 만들까?
이쯤되면 난 월수익 50만원 이하의 영화인들이 결국 무엇을 생각하게 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내가 볼땐 매춘을 국가에
서 막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고 담배까지 손을 댄건 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일테면 선진국처럼 어렸을적부터 골프나
레져에 대한 가정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든지... 최소한 취미생활에 필요한 환경이 구비되어 있다든지.....
뭐 사회적으로 스트레스나 내면의 불만을 처리할 환경이 되어 있다면 국가가 담배에 손을 대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
고 생각한다. "어이, 박작가 담배 좀 끊고 라운드 좀 돌까? 요새 자기 언더파라며?" "글쎄, 난 요새 요트에 필이 꽂혀서"
이런 대화를 듣는다면 담배는 끊을 수 있다. 그러나 국가는 노동에 지친 영화인들에게 그 외의 것들은 단언코 사치라고
말할 것이다. "키워주고 교육시켜줬는데도 사회생산에 참여안하고 지 좋아하는 거 하면서 왜 난리야?"라고....
사실 국가가 무슨 키워주고 교육을 시켜줬는가? 그리고 그것도 교육이라고... 악기 하나 가르쳐 주지 않고, 카운셀링
제도도 없는 아프리카학교보다 못한 교육제도....
내년에 한국영화계는 더 어려워진다고들 한다. 대규모의 대작영화들이 제작과정에서 이미 계획된 예산을 훌쩍 넘기면
서도 상업적으로 승부를 걸기 어려운 윅 포인트를 무수히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재앙의 한국형 블럭버스터들이
도래할 것인가? 이렇게 되면 스폰서들은 위축되고 한달에 50만원 벌기도 힘들어진다.
담배는 고사하고 교통비에 핸드폰비 낼 돈도 빠듯해 질 듯 싶다. 내면으로부터 끓어오르는 이러한 근원적 고통과
부담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정말 이런 뉴스도 나올 듯 싶다.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김모씨, 생활고와 정신적 중압
감에 못이겨 살인을 저지르다. 영화계 현실이 어쩌구 저쩌구...." 과연 담배인상이 살인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설사 그렇게까지야 되겠냐하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가설이라며 윽박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영화 안하면 죽냐? 아르바이트 해서라도 담배 사서 펴! 이 게으른 것들아!"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난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외박도 끊고, 커피까지 끊었다. 그래도 문자중독증은 있으니까 어떻게 해소하면서 살아가겠
지. 그런데 담배에 목숨 건 영화인들은 어떻게 살아갈가냐고요... 정말.... 불쌍하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마틴 트레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