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을 좀 줄게
anonymous
2004.12.14 12:47:00
귤 두 개를 집으러 베란다에 갔는데 지난 여름에 먹던 약이 타일 바닥 위에 누워 있네.
한동안은 열심히 챙겨 먹던 약인데 어째서 딱 한 봉지가 거기 누워 있을까.
불투명한 약 봉지 속에 빨간 캡슐 하얀 알갱이 보이고 기계가 찍은 글씨로 내 이름 석자가 눌려 있는데
어찌나 낯설어 보이는지. 뭔가 하고 한참 들여다 보았네.
그리고 오랜만에 죄 없는 당신 생각.
또박또박 당신 이름 적힌 아픈 시간들, 이제 어느 바닥에 누워 있나.
당신이 모르는데 나 까지 잊으면 그것들 어느 우주로 흩어질 건가.
지금 같아선 다 모르겠고,
당신 두 손에 귤 몇 개 쥐어주고 싶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