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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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08:52:11
그저께 새벽 두시에 단역 출연을 부탁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제 오후 학교로 가는 버스 맨 뒷자리에는
손으로 이야기하는 삼사학년짜리 남자애 둘이 탔어요.
얼마나 까불고 싶고 재잘대고 싶은 나이인지요.
내내 부스럭거리는 옷소리를 들었습니다.
졸업작품을 찍는 친구는 분투하고 있었습니다.
감자탕에 소주를 한잔 하니까 두시쯤 됐나봅니다.
헤어지면서 별일 없으면 내일 춘천이나 다녀오자고 합니다.
기차 씬이래요. 그러마고 했습니다.
일년쯤이나 삐대고 살던 형네 반지하방에 따라가 누웠는데
잠이 안왔습니다. 잠자리가 낯설어서도 아닌 것 같고.
그때는 차던 방바닥이 절절 끓어서도 아닐텐데.
둘이 오랫동안 두런두런 얘기를 했습니다.
같이 자는 것도 오랫만이다, 그럼 우리 해야되나, 그런 농담도 하고.
고추얘기에서 정형근 얘기로.
놀랐는데, 형네 사촌형이 이철우 의원이더군요.
형 잠들고 내내 깨있다가 쪽지를 써놓고 여섯시 반쯤 나왔습니다.
문득 밑도 끝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져서.
감독한테는 아침에 일이 생겨서 갔다고 말해달라고 썼습니다.
미아삼거리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왔어요.
전철보다는 아주 오랫만의 아침 버스가 나을 것 같아서.
집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여고생들 사이에 서서 한참 걸었네요.
다들 뭔가를 들고 걷는데 아마 시험기간인가 봐요.
얘들아. 힘을 내. 예쁘다. 화이팅.
이안 헌터가 부른 올드 레코즈 네버다이라는 노래를 듣습니다.
돌아와보니 드디어 다운로드가 완료되어 있네요.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을 몇주전에 처음 봤거든요.
착한 임창정씨 얼굴이 좋았어요.
아니 지금 막 우리 꽃봄 제작실장님이
이 아침에 메시지를 보내오셨네요. '_'
팔 다리를 쭈~욱 펴봐
어때?
힘 나지^-^
지금은 오늘 아침이에요.
나 뭔가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