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촌놈인 나도 언젠가부터 서울 깍쟁이가 되어 가나 보다...
신용산역에서 내려 5번출구? 어쨌든 전자상가로 향하는 출구로 나와, 긴 터널로 들어섰다.
들고 있는 전단지의 겹보다 더한 고통의 겹을 인내했을 할저씨, 할줌마(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아저씨, 아줌마)께서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었다.
전단지 외면하기 챔피언을 뽑기라도 하나?
사람들은 저마다 종이 쪼가리 하나 나눌 여유가 없다. 그 메마른 사람들 틈에 나도 있다.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저들의 삶의 무게가 양손 가득히 받쳐든 전단지의 무게일까?
모든 이들이 기꺼이 전단지 한 장을 받아든다면 저들의 하루는 훨씬 덜 고단할텐데...
나에게 내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 더해지는 게 싫다. 아니, 저들의 버거운 짐을 나눠 지기 싫은 것일 테다...
전단지가 저들의 축복이라도 사람들은 이렇게 지나칠까?
지하철 입구에서 전단지를 나눠 주는 누군가는 볼 수 있다, 각박한 내 모습을.
각박하다. 나는 각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