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중간 쯤 지나갈 무렵에
thetree1
2004.09.10 17:54:43
하루가 중간 쯤 지나갈 무렵에 정처없이 발걸음 되는 대로 옮기려고 차를 기다렸다. 앉아서 가기에 별 지장이 없는 차를 골라 타야지 했다. 사람들의 얼굴의 표정은 평상 지극한 일상의 술단지에 절은 것 같아 보였다. 나의 시선은 그런 사람냄새에 취해 이 사람 저사람을 두고 생각에 잠기었다.
고개를 돌리며 푸르디 푸른 하늘 아래 작렬하는 태양을 피해 그늘에서 한 인도네시아계 외국인의 눈과 마주쳤다. 첫 눈에 그 사람은 외로움에 가차운 고립됨으로 어둡지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것 같았다. 한 번 쳐다 보고 내 눈길은 땅아래를 보고 버스를 향했다.
그런 느낌...... 타지에 와서 두고온 고향의 가난을 벗어나려 자기 희망을 안고 온 한 사람은 이땅에서 짊어져야하는 버거운 노동의 짐과 타향살이를 헤쳐 나가야 할 단단한 마음이 보였다.
그런 그가 내 곁에 오더니 “김포가는 버스 몇 번?......” 강한 억양이지만 조그만 소리로 말을 걸었다. “ 팔십일. 팔십일” 연거푸 대답을 하고 대수롭지 않게 괜찮아 했다.
“결혼했으요? 애가 몇이나 있으요?” 동네 사람들끼리 말하는 관심의 어투로 다시 물었다. 그 사람은 키가 나보다 30센티 컸고 짙은 밤색으로 깡마른 체구로 이목구비가 또렷한 외국인었다. 중동계 사람이었는데 눈은 조금 작은 편이었고 두상이 적고 코가 높고 긴 목에 목젓이 툭 튀어 나왔다.
“?!...... 노..오. 노” 당황함과 불쾌함으로 설레 설레 흔들어 댔더니
“결혼 않했어요? 몇 살이예요?” 또 정정하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와이......? 와이? 노 코멘트!”
뭔지 모르는 낳선 외국인에다가 한국인도 초면에는 결단코 말할수 없는 그런 내용이여서 경계선의 선을 쫙 긋고 말았다. 옆으로 살짝 비켜 다른 곳으로 자리를 피해 서있었다.
잠시 지체한 다음에 다시 버스를 보려고 앞으로 다가가 걸어갔다.
나는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자꾸 신경이 쓰였다 말다 했다. 자기 일터로 가는 버스가 온 것 같아 가봤지만 다른 버스여서 뒤돌아 내 옆으로 올려고 해서 나는 정거장에 도착한 아무 버스를 향해 걸어갔는데 그가 “잘가요” 말을 건냈다. 내 뒤통수에 눈은 없지만 타고 오른 버스와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각박함이 휭휭한 세상살이 하루 어느날 나역시 그런 바람처럼 차가운 태도 때문에 가슴이 시려와서 코끝이 찡해졌다.
내가 반성이 되고 그사람에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그의 순수했을 그런 말한디에 고마워던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