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농장 비행기....
shally
2004.08.24 02:29:27
삼십세
이렇게 살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같은 흰 손수건을 내 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 자위로 애원하며
내 꿈은 말이야 위장에 암세포가 싹트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돋이 반짝 눈 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개를 뚫고
몸뚱어리 없는 그림자가 나아가고
이제 새로 꿀 꿈이 없는 새들은 추억의 골고다로 날아가 뼈를 묻고
흰 손수건이 떨어 뜨려지고
부릅뜬 흰 자위가 감긴다.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 우리 철판 깔았네.
<최승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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끔찍하다....
내 나이가 한자리수에서 두자리로 바뀔때 끔찍(정말이다..난 대단히 생각이 깊은 꼬마였다..)했다..
내 나이의 앞자리수가 1에서 2로 바뀔땐 포기(정말이다..난 대단히 진지한 10대였다..)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내 나이의 앞자리수는 2에서 3으로 바뀐다...
언제 부턴가(어렴풋이 중삐리때 였던걸로 기억된다..)꿈을 꾸기 시작했다...
서른이 되면...서른이 되면...
다른 애들(!!!)이 "세상이 귀챦아 빨리 늙어버렸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하는 거랑은 달랐다..어차피 늙는거 좀 잼있게 늙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그리고 그때가 되면 뭔가 세상에 초연하고 모든 만사가 다 이해될 줄 알았다..
서른이 되는 날 난 내가 살아있다는 걸 아주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
궁리를 했다...결론이 났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왔던 곳이 아닌 전혀 낯선 곳에서 살아갈 방법만을 위해 머릴 굴리고 몸을 움직이는 거다...
오렌지를 무척 좋아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놀이기구를 좋아하고 영어로 하는 말 소리가 듣기 좋다..
모든 필요 충분 조건을 갖추는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에서 비행기 타고 농약을 뿌리기"
TV CF에서 사람들 머리위를 윙~소리내며 날아가는 경비행기와 그 아래서 사다리에 올라 오렌지를 따던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본것두 같고 비행기타고 물 뿌릴 수 없으니까 농약이라도 뿌리고 일하는데 설마 그깟 오렌지 맘껏 못 먹게 할까...
핸드폰엔 무슨 주문이라도 되는것 처럼<오렌지농장비행기>를 늘 인사말로 저장 시켜 놓은채...
꿈을 꾸면서 10년 가까이 살았다...
약 10년후 조심스레 맘있는 남자에게 내 꿈 얘기를 했다..같이 가자고 할 줄 알았다..
"너 캘리포니아 갔는데 농약 뿌리는 철이 아니면 어떻해?"
아뿔싸...그생각은 못해 봤다...그럼...씨라도 뿌려야지...계획 수정...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에서 비행기 타고 씨 뿌리기..."
한 2년이 흘렀다...너무 지루하게 일하던 어느날...좋아하는 피디님께 내 꿈 얘기를 했다..귀엽다고 할 줄 알았다...
"내가 캘리포니아에 10년 살았는데 비행기 타곤 암껏두 안해..비행기 타구 뭘 하면 바람에 날리구 시끄럽구 환경 오염된다구 시민 단체들 난리나지..."
아~~그렇구나...그생각은 못해 봤다..그럼...계획 수정...
"그냥 비행기 타구 농장 구경..."
또 한2년이 흘렀다...밤새 일하고 졸려 죽겠던 지난 달..역시 졸려하는 친구에게 내 꿈 얘길 했다..힘내라고 해 줄줄 알았다..
"당신이 CF에서 봤다던 그 그림 아마 브라질에서 찍은 걸껄?? 캘리포니아 보다 물가두 싸구 그 주변서 오렌지 따던 사람들 남미계 같던데?글구 <따봉>이 원래 브라질 말 아니야?"
아~아~그럴지도 모르겠네...그생각은 못해 봤다..계획 수정....
난 미국 비자두 안 나온단다...다시 꿈을 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