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name

bohemes 2004.08.04 20:28:37
염장. 곰탱이. 보엠. 너나. 야! --;; 등등..
나를 지칭하는 단어이다.. 분명히 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저외에 더 몇가지를 추가시켜 나를 부른다..

실은 예전에 내 이름을 아주아주 싫어 했던 적이 있었다.
어릴적 내 이름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우스울것이라는 앞선 멍청한 생각으로 아주 싫어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다닐때 까지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주고 친근히 불러줄때 이름이 그렇게
유용한것인지 알았고 특히.. 고등학교때 짝사랑 하던 1년 선배오빠가 나를 불러줄땐..
내 이름이 세상에서 젤루 이쁘다고 생각했다.. --;;

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파란 화면에 01410을 치고 들어가는 통신을 하면서
내 이름은 단지 대한민국에서 나라는 존재를 위해서만 존재하기 시작하고는
통신명으로 모든이들과 만남을 가지게 되었다.
그때는 진짜루.. 통신ID가 없으면 친구들과두 단절되는줄만 알았고...
파란화면속에만 내가 살아가는줄만 알았다. 다시 내 이름에 대한 소중함을 잊게 되었다.

그러다가 "사랑을 몇 년 쉬었습니까?" 라는 일본 드라마를 우연히 즐겨보게 되었다.
거기서 주인공 여자가 남편과 싸울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
대사를 까먹었는데..--;;;(대략 난감..) 대강 내용은 이러하다.
" 내 이름은 유코(그녀의 극중 이름이다) 인데.. 당신과 결혼 하고 부터는 엄마. 당신.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면서 나는 사라졌어. 당신과 연애할때는 유코라는 이름을 그렇게 불러주다가 난 당신과 결혼하면서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엄마이고, 아내이고, 며느리로만 살아가게 되었어"...
대강 이랬다..

여자가 결혼을 하게 되면 이름은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면서 그녀 또한 여자로의 존재도 같이
사라지게 된다. 우리 나라 엄마들도 다 그런 생각을 하고 살겠지..
내가 여자라 그런지 그 내용을 보면서 아.. 라는 짧은 외침이 나도 모르게 내 입밖으로 흘러나왔다.

지금 나는 내 이름이 아닌 보엠(bohemes)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다가 내가 혹..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자연스레 내 이름이 사라지게 되나? 그럼 난 누구누구의 엄마, 누구누구의 아내로 불리게 되는건가?

다시 내 이름에 감사까지는 아니더라고 이뻐해줘야 할것 같다..

내가 짝사랑하는 사람이 내 이름을 불러 줄때, 내가 좋아하던 그 가수가 나를 불러줄때,
울엄마가 잔소리하려고 내 이름을 불러줄때 조차도 난 내 이름을 이뻐해야 할것 같다.


보태기; 이 글을 갑자기 쓰게된 계기가 다른 모임 게시판서 내 이름이 동생이름으로 둔갑되있길래
문득 떠올라서 쓰게 되었다. 난 그 누구에게도 내 동생이름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들은 모두
내 이름과 동생이름을 혼동한다.. 샴푸옆에 린스가 있듯이 우리자매 이름도 그런 세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