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보루
pearljam75
2004.07.31 00:25:47
에이, 썅.....
초고라도 있어야지 사람모으고 돈모으고 계약을 하지? vs. 계약을 해야 초고를 쓰지....
이런 염병할.....
종잣돈도 없이 뭔가를 해보려는 야망만 있는 녀석들을 보았나!!!
예술을 하려해도 enterprize .... 최소한의 비즈니스정신이 필수인것을!
....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연줄도, 운도 없고..... 되는 일이 없다.
이도저도 안되면 공무원시험 보기. 합격해서 공무원되기. 최후의 보루.
음, 맘 고쳐먹고 생각해보니 나쁘지 않다.
아니, 장정일의 "작가의 말 어쩌구저쩌구" 하는거에서 였지?
<아침 아홉시에 출근해 다섯시에 퇴근해서 집에 앉아 책이나 실컷 읽으면서 사는게 소원>이라는.
이건, 나쁘지 않은게 아니다.
어떻게 보면 심심한 일상이지만, 나쁠것이 하나도 없다.
정말, 나쁘지 않은게 아니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겠다, 해고당할 위험 없겠다, 시간 널널하겠다,
저녁마다 재밌는 책에 빠져 책속에서 펼쳐지는 압축된 인생들- 신나는 인생, 거지같은 인생,
심오한 생각, 가벼운 생각, 야한 경험, 성스러운 경험 -등을 다 해보는 것은
‘나쁠게 하나도 없다’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소원이 될만큼
안정적이고 평온하며 행복한 일이다.
완전 끝내주는 일이다.
세상엔 훌륭하고 재능있는 작가들의 피와 살같은, 허벌 재밌는 소설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와~ 이 얼마나 환상적인 직업과 취미활동의 결탁인가!
게다가 엄마가 얼마나 공무원, 공무원 노래를 부르셨나,
덤으로 효도까지 할 수 있으니 이건 완전 ‘일종의’ 대박인생이다.
하지만 사실 9급공무원 되기도 졸라리 힘들다는데 그 나쁠 것 없는 일 이상의,
누구의 간절한 소원이기도 한 ‘일종의’ 대박인생을 살기위해서는
적어도 1년은 꼬박 국사나 국어, 뭐, 지원하는 직렬에 따라서 형법이나 형소법,
행정법 공부를 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국사는 쥐약인데....
재밌는 책을 많이 낸, 영화판이 사랑하는 작가들.
90년대엔 장정일, 2000년대엔 김영하,
난놈들은 어딜가나 주머니속 송곳처럼 삐죽 튀어나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기 마련이니,
판권 팔아 해외여행다니고 또 다음 작품을 쓰고, 영화판이 사랑하는 작가들은 더 살만한가?
LJ필름에서는 <나쁜남자>로 돈을 조금 만졌고,
김영하의 단편 몇개의 판권을 사들였고, 그 단편을 엮은 <주홍글씨>라는 시나리오가 탄생했고,
김영하는 LJ에서 받은 돈으로 북미대륙여행을 해서 <검은 꽃>을 썼으며
그 소설은 또 다시 판권이 팔려 싸이더스에서 영화화될 예정이다.
그래서 김영하는 김기덕 감독 덕분에 멕시코 여행했다며 좋아라한다.
'영화를 짝사랑하지 않는' 김영하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유식함, 지구력, 참 부럽다.
무더운 여름, 하지만 올해는 서른이 되서 그런가? 더위를 많이 타는 것 같지 않고 그럭저럭 살만하니,
가벼운 무력감에 공무원이 되는 ‘일종의’ 대박인생도 꿈꿔보고....
아, 무엇을 할것인가?
.......
어쩌면 헐리웃 크루들은 공무원과 다름없이 안정적인 수입에
한정적인 노동시간을 누리며 여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을지 모른다.
미국으로 건너가서 스탶이 되면
대한민국에서는 국사를 달달 외워서 공무원시험을 보고 합격하고나서야
매일 저녁 재밌는 소설들을 끼고 살 수 있는 그 소원이,
국사를 외우고 공무원이 되지 않고도,
영화를 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이 되지는 않을까?
아-
씨,
미,
국,
비,
자,
가,
없,
어.
어째꺼나 상상해보는
1. 1년간 캐리어를 쌓는다.
2. 조합비 120만원을 낸다.
3. 유니온 회원이 되고 제임스 카메론, 샘 레이미, 스필버그 이런 사람들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이런데서 졸라 샬라샬라 영어써가면서 일한다.
(<반지의 제왕>의 쉰 넘은 Key Grip은 상류층들이 몰고 다니는 번덕번덕한
스포츠카 타고 놀면서 다음 작품 기다린다던데, 나 쉰 넘어서 어떻게 살게 되는거냐.)
4. shotting call로부터 8시간 노동이니까 나이트 촬영이 아니라면,
늦어도 7시면 퇴근할테니 집에 와서 책 읽으면서 논다.
5. 환갑이 되도록 전문 조감독으로 잘먹고 잘산다.
아, 좋다.
작가에 대한 꿈, 감독이 되고픈 고딩때 열망따윈
칼퇴근과 공무원이라는 철통밥그릇을 끌어안고 물거품처럼 사라지겠지.
그래도 좋다.
퇴근 후, 매일 저녁 깨소금같이 재밌는 소설책을 열라게 파면서 사는 인생도 정말
다이내믹하며 익사이팅 할 수 있다.
그래, 그렇게 살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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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은 그렇게 살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