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쌀 스크린쿼터 잡담
vincent
2004.07.17 20:02:40
001. 멀티플렉스의 명분은 '관객들의 다양한 영화를 볼 권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이다.
멀티플렉스의 목적은 "흥행이 되는 영화를 동시다발로 여러 관에 걸어 수익을 극대화한다'이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일수록 스크린수가 많은 멀티플렉스에서 눈을 돌려야한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영화를 보기 위해 주로 멀티플렉스를 찾는 사람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없다고 푸념하는 건 코미디다.
3개관씩이나 걸려 있는 어떤 영화를 매진되면 보기 힘들다고
더 많은 관에 걸 수 있도록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라는 재미있는 관객들도 계시다.
그런 분들께는 더 늦기 전에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
몇 분만 투자해도 예매를 할 수 있다는 엄청난 비밀을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002. 멀티플렉스는 도처에 있다. 극장에 가기 위해 더이상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일 필요가 없다.
보고 싶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예매를 하는 좋은 습관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A라는 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갔다가 그 영화가 매진되면 마음에도 없던 B라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들은 A라는 영화를 보러가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리거나 다음날로 기회를 미룰 인내력이 없는 사람들이거나
영화를 그저 심심풀이 껌 정도로 생각하거나 영화관람이 목적이 아닌 사람들이다.
2-1. 깃털보다도 가벼운 영화들은 이들의 기호와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그 영화들의 흥행은 이들의 수훈이다.
대신 이들은 자기 취향에 비겁하다. 재미있게 봐놓고도 그걸 자신있게 내세울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자신들을 욕하는 대신 가벼운 영화들을 만든 이들을 씹어댄다.
아니면 A라는 영화 대신 선택한 마음에도 없던 영화 B가
왜 하필 이 멀티플렉스에 걸려 있고 왜 하필 비슷한 시간대에 상영을 하고 있었는지 화가 나는지도 모르겠다.
진짜 원인인 자기 게으름을 탓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자신들이 본 영화들이 그 영화들 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은
한국영화가 이미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헐리우드와도 한 판 벌일만하고
그러니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도 우리 관객의 선택을 믿으라고 말하는 순진하지만 믿음직한 관객들의 말에서
오로지 '스크린쿼터가 축소되도'라는 말만을 받아들인다.
이들은 전혀 반대의 근거로 스크린쿼터 무용론을 펼친다.
스크린쿼터로 한국영화 보호해봤자 쓰레기 같은 영화만 양산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003. 멀티플렉스의 급격한 증가가 한국의 영화시장을 급속하게 키워낸 것은 사실이다.
'한국영화의 시장'이 아니라 '한국의 영화 시장' 전체가 커졌다.
미국으로선 <반지의 제왕>이 걸린 3개관에서 맛본 재미를 다른 관에서도 누리길 원할 수 밖에 없다.
16개관에 <반지의 제왕>이 걸릴 수 있는 시대, 이것이 멀티플렉스 시대의 자유경쟁 구현의 실체다.
004.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스크린쿼터를 축소한다면 난 솔직히 찬성이다.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스크린쿼터를 축소하면 쌀 수입개방을 안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퍼져 있는 듯 하다. (혹시 나만 모르고 있는건가. 정말인가?)
4-1. 우선, 우리나라의 쌀시장을 탐내고 있는 건 미국만이 아니다.
이미 쌀 수입개방 논의는 시작되었다.
이 논의에는 미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 쌀 생산국의 빅4라는 미국 호주 중국 태국이 모두 포함되어 있고
이후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와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혹시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미국과 스크린쿼터를 담보로 거래를 끝낸다고 해도
가격경쟁력에서 우리가 열세를 면치 못할 다른 나라들과의 전쟁이 남아 있다.
그들과 또 무엇을 담보로 거래를 할 것인가. 그들은 스크린쿼터축소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_-;;;
005. 쌀시장 개방만이 문제가 아니라 WTO의 '모든분야'에 걸친 자유무역의 논리, 세계화의 논리가 문제인 것이다.
그 세계화의 논리와 자유무역의 논리를 인정하면서 스크린쿼터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쌀시장 개방을 막아야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은 씁쓸하다.
누구를 위한 세계화인가...를 외치며 타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꺾어야했던 우리의 농민,
고 이경해님의 죽음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데 말이다.
006. 미리 말하지만, 이건 좀 웃기는 이야기다.
쿼터가 외화의 수입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이다.
영화도 수입개방을 하라고 한다. -_-;;;;;;
농산물도 수입개방을 했는데 영화는 왜 개방을 안하냐고 한다.
음, 여기 계신 분들 중엔 웃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사실이다. ;;;;;;;;;
그 분들이 보고 있는 외화들은 뭔지 묻고 싶은데 웃겨서 참아야할 것 같다.
아마도 한국영화쿼터를 없애라는 뜻이겠거니 이해해보려 한다.
6-1. WTO가 문화상품이며 시청각서비스부문도 교역의 대상으로 집어넣으려고 하면서
스크린쿼터나 방송쿼터나 정부보조금 등을 용인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논리를 편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논리의 집약체인 WTO에서도 용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미국이 BIT로라도 해결해보려는 것을
한국의 관객들이 환영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6-2. 미국에게 밉보이면 대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큰 일 난다, 고
대통령과 열우당이 줄창 주장하는 '미국에게 잘 보여야 한다'논리를 이식해서라면
이해할 수는 있다. 대신, 그 사람과는 할 말이 더이상 없다. 그저 좀 더 솔직해지기를 바랄 뿐.
000. 부정성의 법칙이라는게 있다고 하더라. 10번 잘 해도 1번 못한 것만 기억한다나.
한국의 관객들은 좋은 영화 5편을 봤어도 쓰레기 같은 영화 1편 보면
한국영화엔 쓰레기같은 영화만 있다고 말하는 걸 좀 즐기는 것 같다.
아니면 정말 쓰레기 같은 영화만 '애 써' 골라 봤는지도 모르겠다. -_-;;;;
그 사람들이 작품성 있는 외화는 잘 찾아보는지 묻고 싶지만 이건 참아야할 것 같다.
그들이 주로 가는 멀티플렉스에서는 외화건 한국영화건 흥행성 있는 영화가 우선일테니
그들이 발걸음을 돌리기 전에는 잘 모르는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그렇다고 흥행성 있는 영화가 작품성은 영 꽝이더라, 뭐 그런 얘기는 아니다.
둘 다 훌륭한 영화들도 많은데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유독 한국영화는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욕하길래)
그런 관객들이 자국의 문화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갖고 지켜야한다고 생각하겠는가.
이러저런 황당한 논리를 펴며 자국영화의 보호막을 거둬버리라는 한국 관객들의 반응들을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를 지지하는 해외의 필커들이 보면 좀 의아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이만큼 '열린' 사고의 관객들을 그들이 가졌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