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가 500원인 요즘...

pearljam75 2004.06.14 14:27:51
황신혜밴드의 김형태씨가 경제가 어렵고 세상이 흉흉할수록
학생들에게 문학과 예술을 알게 하고 철학을 가르쳐야한다는 주장을
한적이 있다.
나의 부족한 기억력과 조악한 표현력을 대신하여
그의 글을 찾아 조금 옮겨보자면...

<.....특정 세대가 교양이 없다면 그 사회에서 문화적, 경제적으로
고립되고, 한 세대가 고립된 사회는 문화적, 경제적 패러다임의
단절로 인한 장기불황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체육, 음악,
미술, 작문 시간이 없는 이상한 고등학교를 거쳐 취업준비에만
급급한 직업교육 대학을 나온, 교양이란 단어조차도 생소할
우리네 ‘요즘 아이들’은 사상최악의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60만명에 육박하는 청년실업 문제는 경제문제 때문이 아니라
교양교육 부재의 후유증이다.
또한 아무리 힘이 세다고 해도 만성적으로 경제불황의 공포에
시달리는 나라는,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의 원조 일본이나,
기본적인 세계사 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미국이나,
빈곤을 이유로 교양교육을 포기한 빈민국들이다.
교양교육이 없기로는 우리도 예외는 아닌 듯하니 경제불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


어제는 오랜만에 학교앞에가서 학교사람들과 술을 마셨는데,
경제가 어렵다보니 소주를 한병에 500원에 파는 술집도 생겼다.
안주도 신촌보다 싸다.
소주 열병을 먹어도 술값이 5천원밖에 안드니 정말 황당할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소주가 500원이라도 신촌에서 회기동까지는
50분은 걸리니 자주 가게되지는 않을것 같다.

술자리에서 나는 최근 본 영화들(영화의 주제와 철학따위가 아닌 남자배우들 엉덩이와 갑바....)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어떤 과 아해가 <트로이>를 보고나서 사람들에게 <트라이>봤냐고 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속옷광고냐, 트라이라니....
나는 그 옛날 이덕화와 요즘 권상우가 했던것처럼 벽을 손바닥으로 쳤다. 오호통제라...

전공과 토익공부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 현재 대학생들은
정말 골때린다. 우리 과 애들만 그런가??? 고시공부가 사람을
이렇게 만든다는 말인가? 그러면 합격을 빨리 하든가....
법전만 들고다니면서 <일리아드>, <오딧세이>의 호메로스를 모른다는 말이다.
영화<트로이>를 보고나서야 아, 이게 원작이 있는 영화였어? 하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심했다.

정말 그렇다.
학점과 토익점수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철학과 예술, 문학을 다시 사랑해야하지 않을까?
피상적인 정신세계를 가진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지는 않지만 ...
세상이 요지경이 된것은 모두 정신적인 가치에 대한 부재때문이다.

신림동 고시촌에서의 생각이 난다.
어떤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때 한 고대 녀석이 큰 결심이라도
한것처럼 이렇게 말했다.
"난 이대애랑 사귈거야..."
꽈당, 밑도 끝도 없이 달랑 '이대'란 말인가? 정말 얄팍한 가치관이다.
<일리아드>,<오딧세이>가 대수인가? 호머가 누구야?
상관도 없다. 일찍 합격해서 판사가 되어야하고, 검사가 되어야하고
변호사 개업해야한다.

가치관이랄것도 없는 이 무개념의 인간들이 판사가 되어 법률적 판단을
얼마나 잘 할지 의심스러우나,

일단 합격하면 미래를 약속했던 뒷바라지해주던 여자친구와 결별하고 재벌집으로 팔려간다.

그렇게 몸파는 걸 쪽팔려하지도 않는것을 보면 용주골 창녀들보다
더 하류인생들이다.
자기 철학이 없기때문이다. 뭐가 창피한건지 구별도 못한다.

사법연수원 수업중에는 판사들과 승용차타는 법(예비판사가 판사를 상석에 앉히기 위해
잽싸게 문열고 들어가 뒷좌석 왼편에 앉아야한다는...) 도 가르친다는데, 오! 아름다운 권위주의여!

500원짜리 소주덕에 아침나절 머리도 아프고, 속도 쓰리고, 그래서 횡설수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