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의 은퇴에 붙혀..
JEDI
2004.05.03 04:36:32
난 농구를 싫어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TV로 경기중계를 즐겨 시청하는 사람도 아니다.
올림픽등에서 국가대표님의 시합이 있으면 보겠지만
지금 프로농구팀 이름이 뭔지..어떤 선수가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도 허재는 안다
왜냐하면, 그는 나의 용산고 1년 선배이기 때문이다.
고교시절 장충 체육관으로 단체 응원을 가서 보았던
그의 '화려한' 플레이는 정말 충격적인 것이었고..
농구를 전혀보지않는 지금도
사람들이 '허재, 허재'하는 이유를 이해하는 근거가 되었다.
농구 얘기를 하려는것은 아니고..
나보다 딱 1년 선배인 그는,
아마도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를 보내고
이제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은퇴'를 하고있다.
허재 선배는 나에게 두번째 충격을 주고 있는것이다.
은퇴라니....
겨우 1년 후배인 나는 아직 아무것도 시작조차 한것이 없는데,
은퇴라니..이런...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한 십년전쯤에,
"지금부터 십년동안 뭔가 하나만 만들어 봐야지..."하는 결심을 하고
십년짜리 프로젝트의 영화를 만들었다거나
(같은 장소에서 무의미하게 1초씩만 찍어도 그걸 십년동안 계속했다면
그건 분명히 '문제작'이 될수있다!...계산해보니 런닝타임이 정확히 한시간이네...)
혹은, 나무토막 하나 가져다 십년동안 다듬어 인형을 만들었다거나..
누구처럼 숟가락으로 십년동안 땅을 팠다거나...
하는 일을 실행에 옮겨서 했다면....
그렇게 사소한 일이나마 일관되게 '십년의 세월이 보이도록' 뭐 하나라도 한게 있다면,
지난 세월이 지금처럼 원망스럽거나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꺼라는거.
하지만.. 아주 다행스럽게도
1년선배 허재는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 한다고 하고
나도 아직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듯 하니...
이제부터라도 십년짜리..아니면 한 30년짜리 프로젝트를 하나 생각해봐야 겠다.
그때가서 지금과 똑같은 허무함을 다시 느끼지 않도록.
뭐..좋은거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