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끕(B급) 영화인...

73lang 2004.05.03 00:12:14
Gaezuk.jpg

창밖엔 비가 온 후의 5월이 찾아와 있었슴다.

굳이 열쇠없이 깨진 창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쪽방과

중산층에 끼기엔 턱없이 모자란 재산들이 있는 그런 작업실 겸 살림집에서

씨나료도 잘 안풀리고...전 무쟈게 심심혔슴다.

내가 주로 주변사람들이 심심하다고 불러내면 나가는 입장일뿐

지가 심심하다고 불러낼 때 나올놈은 단 한눔도 없었슴다..

오늘 있었던 그 선배와의 이상한 대화가 그렇게 떠듬스롱 싸울만한 일이었는가를 의심해 봤슴다.

항상 약속시간에 늦게 나오는 그 선배는 저랑은 여러모로 정 반대되는 사람이었슴다.

그 성님은 얼마전 '딴나라당 운동화 사진(?)'을 찍어서 유명해진 어느 인또넷 언론사의 기자였슴다


그 선배넌 넥꾸다이 매고

도곡동 대림 아끄로빌 안의 침대에서 시작혀가꼬

출근과 퇴근을 병행하여

부모님과 식탁에서 저녁식사와 T.V와

다시 침대로 끝나는 패턴을

전투를 치루듯 힘들게 보내는 그런 인뗄리?헌 사람이였슴다.

그러나 찾아보면 그 선배와 저랑은 공통점도 무쟈게 많았슴다.

둘 다 30대라는 점

뇨자덜헌티넌 왕따루 통한다는 점 --ㆀ

약간은 예외적인 정서와 욕구불만을 주바리(이빨)루 푼다는 점

글짓거리?루 밥먹구 살거나 행세한다넌 점

사람덜이 전화를 씹거나 쌩깔 때마다 강남역에서 만날 수 있넌 친한 선후배 사이라는 점..

주변사람덜헌티 또라이 같다거나 싸이키(?)하다는 소리를 들어봤다는 점 등등 ;;;



그런 선배와 제가 오늘 서로가 다투게 된 대화 내용을 옮겨보자면 담과 같슴다...



선배 : 니 워디 영화사 갔다 왔냐?

14타 : ****라구여 *****라넌 영화 맨든 영화사에 아넌 후배가 제작실장으루 있어가꼬라...거그 댕겨왔쏘

선배 : 그런 영화사두 있냐?

14타 : (빈정대는 말투로) ...충무로의 걸어댕기넌 정보 네트워크가 *****라넌 영화두 몰르씨요? (사실 모를만 하다;;;) 씨네21에두 그 영화현장 몇번 기사화 된적 있고만요 (딱한번 나왔었다;;;) ...거 참 기자라넌 냥반이 충무로 소식에 요로크롬 깜깜혀서 쓰겄쏘?

선배 : (언짢다는 표정으루) 야...솔직히 얘기허넌디...니가 아는 주변 사람들은 죄다 쌈마이에 삐끕(B급)들만 있냐?

14타 : ('거 참 말한번 젖같이 허네'식의 표정을 지으면스롱) 그러는 성은 A급이여!

선배 : 엉

14타 : 증거대봐바 (이쯤되면 대화 수준이 상당히 유치하게 나간다 ;;;)

선배 : 난 심**씨 잘 안다 (유치하다;;)

14타 : (당장이라도 전화할 기세루 언성 높아지며) 그라요?..그럼 내가 직접 물어볼팅께로 가만 있어봇씨요 ! (반응이 더 유치하다..사실 심**씨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임..당연히 연락처도 모름스롱 큰소리 처본것임 --;;;)

선배 : (언성 높아지며) 물어봐이쒸...***기자 아냐구! 잘 안다고 헐꺼쉬다 (기세등등)

14타 : (살짝 꼬랑지럴 내리며) 아...그라요...성은 A급 맞쏘...나넌 삐끕이구...고만허십씨다 ;;;

선배 : 나 A급 맞다닝께! ....어쩌구 저쩌구...

14타 : (버럭~!) 아따 고만허잔께여!

갑자기 승질을 내넌 저땜시 그 선배넌 화가 난 표정으로 우산을 접으며 뒤돌아 가드만요



사실 뇨자덜헌티 인기도 읍꼬

영화판에서 별루 인정도 못받고

예전에 힘들게 영화에 대한 열정과 로맨쓰를 같이 불태우던, 시방은 아조 잘나가넌 그 옛날의 동지덜헌티 문전박대럴 당해 본

피해의식으로 가득찬 저희 같은 부류는

뭐든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야 살아갈 수가 있는거 같슴다.

분명해지고 명확해지면 이 세계는 곧 전시상황으로 돌입하드만요

A급...B급...

양지와 음지...

50평짜리 아파트와 10평짜리 쪽방...

적 아니면 아군 하는 식으로..



한동안 연락도 읍던, 시나리오를 대필해 준 감독님이

자기 짐만 싸들고 나가버린 휑한 작업실 겸 살림집에서

저는 문득 근 1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빼먹어 온 저녁 식사가 갑자기 먹고 싶어졌슴다...




우겔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