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귀여운 우리네 엄마들...
kinoson
2004.02.20 09:56:18
1.
어제저녁 엄마와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다...
뭐 말다툼의 원인이야 여기 올리기조차 민망한 사소한 문제지만..
중요한건 말다툼끝에...됐어! 그만해!!!!를 멋지게 외치고
내가 화났다는걸 보여주기 위해 문을 쾅 열어서 나가버릴려는
계획을 세우고 문을 향해 달려갔다...
있는 힘껏 문을 열으려던 순간....
참 평소에도 철두철미 하신 우리 부친...
고사이에 문을 잠궈 놓으셨줄 줄이야....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철문에 대가리를 들이받았다....
어찌나 쪽팔리던지....그래도 계획은 완수해야지..
잠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데 성공...
뒤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주 징을쳐라 징을쳐!!!덜떨어진놈...."
계획은 대실패였다...놀이터에 앉아서 담배하나피고 들어왔다...-_-
2.
며칠전 저녁 모처럼 부산에 내려와서 쉬고있는 막내 아들에게 엄마가 슬며시 다가왔다..
"ㅇㅇ 야 오징어나 사러가자"
시장으로 털래털래 걸어가면서 나는 물었다...
"몇마리나 살껀데?" "식구도 없는데 뭐 한 두세마리면 되겠지.."
운좋게도 시장에서 아주 물이 좋은 싱싱한 오징어들을 만날수 있었다..
이리저리 뒤적뒤적 하던 우리엄마..."오징어 얼마씩해요?"
"떨이로 다섯마리 육천원만 주이소..." "다섯마리 많은데 세마리는 얼마에요?"
나는 빨리 사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에 "엄마 그냥 다섯마리 사"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엄마라 했능교? 아이고마 내는 조카랑 온줄 알았더만..아들인교?"
라는 접대용 멘트가 날라왔다...그 순간 우리엄마 눈이 반짝...
"얘가 막내에요 더 큰 아들도 있는데요 뭐.." 드디어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그 아저씨의 한술 더 뜬 멘트 "아이고마 다섯살에 시잡갔능교? 허허허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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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날 나는 오징어 40마리 두박스를 들고 와야만 했다..날도 춥고 손도 시려운데...
뾰루퉁하게 물었다 "세마리만 산다며?..."
"괜찮아 싱싱한거라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먹으면 돼" "쳇!!10만년은 먹겠네..."
겉으로는 툴툴거렸지만...참 이게 우리네 엄마들 살아가는 낙인듯 싶다..
앞으로 서울 갈때까지 각종 오징어 음식만 먹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