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

vincent 2004.02.19 09:47:06
1.
이승연의 종군위안부 누드 프로젝트를 기획한
네띠앙 엔터테인먼트 측에선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되새기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이 '예술' 작업을 했던
자신들의 의도가 오해되고 있다며
오해를 풀기 위해서, 작업에 함께 한 사람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시사회를 제안했다고 한다.

2.
'왕따영상'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렸던 학생들은 '장난'이라고 했다.
사진 찍히기 싫어하는 급우를 기어코 카메라로 놀려대며 낄낄거린 것이
'장난'이라고 했다.
도교육청에서도 진상조사(?)를 한 끝에 '장난'이라고 결론 내렸다.
선생님들도 모두 '장난'이라고 했다.
주도했다는 아이의 부모도 그 아이와 자기 아이는 '친구'이며
그건 그저 '장난'일 뿐이라고 했다.
애들이 뭘 알겠냐고도 했고, 아이들 사이의 일일 뿐이라고 했다.

3.
현재 부천 초등학교 피살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는
근처 중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다.
전문가들이 예상한 조직적이고 치밀하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한 지능범으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일관성 없는 진술을 하면서도
아이들이 돈이 없다고 울어서 죽여버렸다는, 중학생이 꼽히고 있다.

4(1+2).
자신들의 '의도'가 그대로 '의도'가 되기 위해서는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 '의도'대로 받아들여 주어야 한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과 가족들이 '상처'로 받아들였는데
끝끝내 자신들의 의도는 그게 아니라며 내보이고 인정을 받겠다는 것은
"그(녀)를 사랑해서 죽였다"에서 '사랑해서'면 '죽였다'는 것도
무마될 수 있다는 논리 밖에는 되지 않는다.
자신은 '장난'으로 했더라도 상대방에서 '고통'이었다면
그건 더이상 '장난'이 될 수 없다.
부모들이 좀 더 현명한 사람들이라면, 같이 '장난'이라고 맞장구쳐줄 것이 아니라
'장난'의 의미를 제대로 설명해줘야 할 것이다.
"너도 즐거웠고, 그 애도 즐거워했니?"라고 되물어야 한다.

5(2+3).
아이들의 잔혹성은 어른들의 도를 뛰어넘는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약간의 기억력을 동원해 조금만 떠올려봐도
중학생씩이나 된 애들더러
"애들이 뭘 알겠냐" "아이들 사이의 일일 뿐인데" 따위의 말은
함부로 내뱉지 못할 것이다.
아이들의 '장난'이나 '재미'라는 단어를 함부로 가볍게 판단해서는 안된다.
어른들은 '장난'으로 누군가를 괴롭히지는 않지만 아이들은 '장난'으로 그럴 수 있다.
어른들은 '재미'로 고양이를 불 태우는 일 따위에 골몰하지 않지만
아이들은 그럴 수 있다.
순수한 만큼 꼭 그에 맞는 잔혹성을 갖추고 있는 게
아이들의 세계다.

6.
이제 좀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