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일본식 인사를 연습하고 있답니다^^)
jasujung
2003.11.25 02:37:37
그녀는 언젠가부터 기억을 지워버리려고 했다.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심한 뒤부터,
기억하지 않는 연습을 하기 시작한 뒤부터,
그녀는 정말로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어제 들은 사람들의 이름도,
5분전에 누군가로부터 행함을 당한 행위조차도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녀는 그러함으로써 영혼이 맑아질거라 믿었다.
검은 머리칼을 삼킨 듯 자꾸만 목구멍을 간지럽히던 칼칼함따윈
없어질거라 순진하게 믿었었다.
정말 그녀는 아무 것도 기억해내지 못하는
바보가 되버렸다.
무엇인지, 어떤 연유인지 기억해내지 못했지만,
갑자기, 그녀가 모든 걸 다시 기억해야겠다고 결심한 직후였다.
어릴적 보았던 동화처럼 기억이란
심장 밑바닥에 쌓인 여러 개의 둥근 보석같은 거였는데,,
먼지 자욱한 그 보석들을 하나씩 닦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 직후, 제일 먼저 그녀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찬란한 햇살 아래 반짝이던 소금밭...염전이었다..
언젠가 그녀가 꿈속에서 보았던 숨막히게 강렬하던 햇빛아래
넓디넓도록 펼쳐져 있던 진짜 소금밭..
그 햇빛은,
까닭없이, 단지 눈부셔 사람을 살해하게 만든 까뮈의 작열하던 햇빛도 아니었고,
그 소금밭은,
달빛아래 소금을 뿌려놓은 듯 피어있던 메밀꽃도 아닌,,
한여름날 작열하는 햇빛아래
짜디짠 맛을 내는 숨막히게 빛나는 그냥 진짜 소금밭이었다.
빠르게 재생되어진 그녀의 기억은
가슴이 아팠다.
숨이 막히도록 수정알처럼 반짝이던
짜디짠 소금알갱이를 으드득 씹는 듯 입 안 가득 짠내가 배들었고,
심장엔 자꾸만 짠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기 시작한 것은,
그녀가 기억의 먼지를 하나씩 하나씩 털어내기 시작한 그 즈음이었다..
산다는 게 진짜 소금씹는....그 맛이었다...
....
...
..
돌아왔을때...
희미한 기억이....기쁘게 받아줄때면....
그냥 마냥 눈밭을 뛰노는 강아지처럼, 발바닥이 시려 뛰는 것뿐이래두....
감사하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