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심기.
jelsomina
2003.04.11 03:51:40
나무를 심고 싶어졌습니다.
나무를 심을만한 장소가 얼마후에 생길것 같아서 나무심는 일을 좀 알아봤습니다.
차를 타고 늘 다니는 길에 재개발 아파트 지역이 있는데
그 단지안에 나무들이 참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벚나무들이 .. 아주 잘생긴 나무들이 수천그루도 더 됩니다.
구청으로 재건축 조합으로 전화를 걸어 물어봐도
나무를 올겨심는 일에 대해선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후배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일인 피켓 시위라도 하고 싶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며칠전에 나무 옮겨심고 싶은 욕심을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그 큰나무들을 뭐하러 옮겨심냐고 하시면서
작은 묘목들을 사다가 심어도 벚나무는 금방 자란다고 하십니다.
얼마나 있으면 그늘도 지고 꽃도 많이 피냐고 여쭈어봤더니 .. 십수년 자라면 아주 많이 큰다고 하십니다.
내가 지금 나이가 몇인데 그걸 심어놓고 자라길 기다리냐고.
큰 나무들을 사서 옮겨심고 싶다고 말했지만 ..
어머닌 무어라 대답이 별로 없으십니다.
잠시후 왜 그렇게 급하게 서두르냐.. 나무는 어릴때부터 가지를 잘 쳐줘야 이쁘게 자란다고
그리고 큰 나무를 옮겨심으면 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십니다.
이미 큰 나무들을 사다 옮겨심고 그 혜택을 빨리 누리고 싶은 난 그런말에 쉽게 대답을 할수 없었습니다.
내일 세상이 망해도 한그루 사과나무를 심는다는 말은 말도 안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책속에나 나오는 얘기라고 아직은 생각합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매연 마셔대며 만원버스 시달리듯 그렇게 봄을 맞이하는게 싫어서
가진거 다 털어서라도 난 혼자 편하게 신선놀음 하고 싶어서 ..
꿈을 꾸어봅니다.
잘 자란 나무로 3그루 정도 사서 옮겨심고..
봄이면 꽃피고, 여름이면 그늘밑에서 영화처럼 나무가지에 침대를 만들어 걸어놓고 낮잠을 즐기고
가을에는 낙엽을 긁어모아 연기를 피우고 .. 그런 생활을 하고 싶어서
잠깐 헛꿈을 꾼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그런 급한 마음들로 가득한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작은 묘목을 심으면 중년이 넘어서야 아마 그런 생활을 할수 있겠지요
그래서 요즘은 어린 나무를 심는 여유를 가진 사람들에게 질투가 납니다.
꽃이 이쁘다고 했더니 벌써 늙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봄놀이는 나이들어 가고 싶다고 하는 말도 들었습니다.
그럴지도 모릅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들에 나가보고 싶고 숲길을 걷고 싶고
봄에는 벚꽃밑에서 술도 한잔 하고 싶어집니다.
몇년 되지 않는 작은 묘목들을 마당에 심는일이 자꾸 헛된일로 생각됩니다.
빨리 누리고 싶은 마음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아버님 산소에 심어놓은 감나무가 이젠 제 키보다 조금 더 자랐습니다.
감도 제법 열립니다. 해마다 감을 따러 가는데 지난해에도 갔더니 누군가 다 따가고 난 후 였습니다.
그런데도 별로 약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것인지 모릅니다.
이미 다 자란 나무들을 심을 마음이 사라져 묘목 몇그루 심어놓고 뿌듯해 할지..
아님 이거 언제 크나 싶어서 헛웃음을 짓게 될지 그때 가봐야 알겠지요.
내 마음이 자라는 만큼 나무의 크기는 작아질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