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병원에 다녀오면서...
jelsomina
2003.02.12 04:00:29
제 조카들은 아홉입니다.
20살때 첫 조카가 생겼고
이넘은 지금 17살 ..
막내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이제 초등학교 4학년 정도 ..?
큰형이 딸, 딸, 딸
작은형이 딸 딸 아들
누나가 딸 딸 아들 입니다
누가 아기 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딸이야 아들이야" 이렇게 물어봅니다.
아기를 나면 당연히 딸인것 같아서 ..
누나의 큰 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 됩니다.
보영이는 날때부터 한쪽 귀가 조금 작게 태어났죠.
첫 아기를 낳고 그 이후로 누나는 많이 울었습니다.
누나 둘째 태어날때도 갔었는데
사돈 어른은 간호사가 아기를 안고 나오는데 귀부터 살펴보셨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누나는 또 울고..
이제 보영이가 커서 수술을 할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이죠
두번째 수술을 했어요..
다른 한쪽 귀보다는 덜 예쁘지만 .. 그래두 수술이 잘 되어 한시름 놓았어요..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친구들한테서 속상한 얘기를 많이 듣기도 했나봅니다.
그래서인지 보영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조숙하고
생각이 바르고 말수도 적고 아주 착한 아이입니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쁩니다.
가끔씩 시집안간다는 말을 해서 지 엄마를 울리기도 하지만
유치원에 아빠랑 함께 오는날 매형이 바빠서 제가 대신 갔었는데 ..
다른 친구들 아빠보다 덜 예쁘게 만들어진 공작품을 보여주면서 미안해 하고 있는데
보영이는 그걸 들고 굉장히 좋아해줬습니다.
그런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이쁘고 기분이 좋던지..
아기가 없어 아기를 키우는 재미를 모르지만 ..
아주 조금 알것 같더군요.
보영이는 병원에 다른 사람들을 못오게 한답니다.
왠지 놀리러 오는 것 같아서 아빠 빼고는 아무도 못오게 한데요
막내 외삼촌인 나는 제외하고 ^^
나하고 지 엄마가 통화할때 가만 듣고 있다가 "언제 온데 삼춘 ?" 그런데요 ..
병원 아랫층에 내려가 치즈케익이랑 포도쥬스랑 먹고 놀다가, 나가서 담배한대 피고 왔더니
환자복을 입은 보영이가 대기실 의자밑을 샅샅이 뒤지고 다닙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 컵 가져오면 50원 환불 ..
그새 200원을 벌어놓고 좋아합니다 .
지 엄마는 그 모습을 멀찍이서 보고있고 ..
보영이를 만나러 간날 ,..
보영이 앞 침대에 있는 아기를 봤습니다
이제 난지 한달이 채 안되는 아주 작은 아기입니다.
그 아기가 어디가 아파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말을 꺼내지 못하고 가서 구경하는데 까만 눈을 뜨고 팔다리를 버둥버둥 엄마랑 잘 놀더군요 ..
코밑에 자기 얼굴 반만한 반창고를 붙이고..
간이 산소호흡기 같은걸 착용하고 ..
내가 관심을 보이자 ..누나가 날 데리고 복도로 나갑니다.
그 아기는 보이지도 않고, 말도 못하고, 들리지도 않는답니다
눈은 뜨고 있지만 시력이 전혀 없답니다
그리고 그 아기는 우리가 흔히 언챙이라고 부르는 구순구개열 환자입니다.
코로 숨을 쉬면 입으로 반은 나오기 때문에 숨쉬기를 굉장히 힘들어 한답니다.
그 수술을 받으러 온거죠 ..
저 엄마 마음 나는 안다고 하더군요 누나가 ..
"그냥 끌어안고 같이 칵 죽어버리고 싶을거라고 ... "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입원실로 들어왔습니다.
그 아기의 엄마는 그냥 아기를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품에 폭 끌어안고 눈을 마추려 애를 씁니다.
아이의 눈은 한곳에 고정되어있습니다
보이지 않으면 엄마의 목소리라도 들어야 하고
들리지 않으면 엄마 얼굴이라도 봐야 하겠지만 ..
그 아이는 조금 더 커서도 엄마에게 옹알이를 할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아기는 엄마를 느낄수 있을겁니다.
자기 옆에 늘 있는 누군가를 느낄수 있을겁니다.
배가 고프면 젓을 주고 더우면 부채질 해주는 그 누군가를 느끼겠죠 ..
어릴때 누구나 느끼던 엄마냄새 기억하시죠 ?
엄마냄새..
그 아가의 엄마, 성모님 같았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
아닌것 같네요 저는 ..
그 엄마가 너무 고맙습니다.
누나는 그 얘기를 하면서도 찔금찔금 거리고 ..
나도 괜히 먼데를 보게됩니다.
둘이 엄청 쪽팔리죠 .. 그럴때는 ..
그 아가도 잘 크고
우리 보영이도 씩씩하게 잘 크길 바랍니다.
오늘도 보영이가 중국집 가고 싶어한다고
누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같이 가자고...
가려고 하다가 매형이 온다는 얘기를 듣고
하던일이 있어서 못가게 됐죠.
삼춘 언제와 ? 하고 물어보는데 왜 그렇게 미안한지 ..
아기를 키우는 일은 아무나 하는일이 아닌거란 생각이 자꾸 듭니다.
내게도
그 아기의 엄마. 보영이의 엄마인 우리 누나..
그리고 우리 엄마.. 그리고 세상의 많은 훌륭한 부모님들 ..
내게도 그들에게 있는 그것이 있을지 ..
자신이 없어집니다.
나야 자주 가보는 편이지만
보영이 보현이의 외할머니인 우리엄마는 그리 자주 아이들을 보지 못하십니다.
가끔 아이들을 볼때마다 누나에게 이런 얘기를 하십니다.
집에서 아이들 반듯하게 정말 잘 키웠다고 ..고맙다고..
내가봐도 반듯하게 정말 자알 크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오늘 이만큼 컷구나 할만큼 무럭무럭 자랍니다.
어느날인가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엄마 엄마 엄마가 준 화분이 이렇게 됐어" 하면서 몸을 옆으로 기우뚱 하더랍니다
아직 시들었다는 말을 모를때였겠죠.
두 아이 키워놓고 누나는 일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다가 막내가 생겨서 다시 ... ^^
발이 묵였죠.
미대를 나왔고.. 남들처럼 재능도 있는 그리고 끼도 아주 많은 여자입니다.
아이들 때문인지 걍 깨끗이 포기 하더군요 ..
나에게도 그런 아이들을 키울수 있는 날이 올지
온다면 그들처럼 잘 키울수 있을지 ..
자꾸 겁이 납니다.
아직은 나에 대한 욕심이 더 많은 시기..
언제나 철이 들지..
회창이 아저씨 무조건 안된다고 ..
아들 셋 다 군대 보냈던 일을 가지고 그렇게 자기 공치사를 하시던 엄마.
그 생각을 하면 괜히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
그렇게 공들여 공들여 힘들게 키워주신 아들놈 ..
앞으로 잘 될지 ..
언젠가는 못난 막내넘이 좋은 영화를 만드리라고 ..
너 잘되는거 볼때까진 살거라고 ..
그때까진 당신이 보살펴줘야 한다고 .. --;
새벽에 늦게 들어가 밥먹는데 말동무 하러 같이 앉아계신 어머니...
하루종일 누구랑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그런때면 그냥 하루 있었던일 얘기해주십니다.
밥먹으면서 고개만 그냥 끄덕끄덕 ..
그러다 생각이 나서 갑자기..
난 몇살때까지 엄마 따라 목욕탕 갔어 ?
7살때 까진 갔을껄 ?
근데 왜 하나도 기억이 안나지 ?
미친놈 !!!
부모님 이부자리는 봐드리시는지요 ?
가끔 잘 주무시나 방문 살며시 열어보시는지요 ?
늦게 들어갈때 전화는 해드리시는지요 ?
집에 계신 부모님 안부전화는 자주 드리시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