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바리'는 좁다!

truerain 2001.12.12 23:05:12

요 며칠사이 그동안 개인적으로 헌팅다녔던 곳을 감독님/촬영감독/촬영부
피디/미술감독 등과 같이 점검하러 돌아다녔더니 드뎌 몸에 탈이 난 것
같습니다. 목이 따갑고 머리도 아프고.....

아무래도 내일은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것이 좋을듯 하네요..
콜록 콜록 에취~

오늘 일 끝내고 조금은 힘겨운 몸으로 동네 전철역에 도착해서 헌팅자료
사진을 뽑으려고 단골 사진점에 들어갔습니다. 필름을 맡기고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그렇게 있는데 문득 옆에 있는 어떤 모녀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더군요.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 사진이 빠지면서 '스토리'가 연결이 안
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전 무의식적으로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죠

"아.... 어쩌면 저 아줌마가 그동안 우리가 애타게 찾던 엄마역에 어울리겠
다" . 뭔가 찡한 기분이 들면서 전 계속 그들 모녀를 바라봤죠. 그리고
잠시후 그들 모녀가 사진점을 나서려는 순간 전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했
습니다.

"저기 혹시 영화에 나오실 생각이 없으세요.." 갑작스럽게 말을 던지느라
어떻게 말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분은 그냥 웃으면서 자리를
떠나려고 했고 전 여기서 '쑈부'를 보겠다는 심정으로 그들을 붙잡았죠

그리고 그 분과 짧게 얘기를 나눴는데 이런 것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옆에 서 있던 따님은 바로 <땡볕>과 <태>를 찍었던 하명중 감독님의 딸
이었고 (그 분은 정확히 말을 하지 않아서 확실한 것이었는데 정황상)
하명중 감독의 부인이었던 것이었습니다.

바로 <바보들의 행진> 하길종 감독님의 식구들이었던 것이었죠

이런 말 하면 '구라'친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소장한 비디오 목록에
<바보들의 행진> <땡볕>과 <태>가 다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70년대 감독님들이 바로 '이만희'감독님과 '하길종' 감독님 이거든요

글코 이것도 정말 '뻥'이 아닌데 저희 작품에 단역으로 나오실 분이
전에 <태>에서 스크립터를 하셨던 분이거든요. 제가 그 분 이름을 대면서
하명중 감독에게 얘기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정말 오늘 하루 피곤했던 것이 '쏵~'하고 날라가는 그런 일이었습니다.

근데 정작 중요한 것은 울 감독님이 그 분을 맘에 들어하셔야 하는 것과
그 분이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는 관계로 내년 2월말에 오신다고 하는데..

아.....잘 풀렸으면 좋겠네요

(ps) 헌팅장소로 '결정'했던 골목길을 오늘 스탭들이랑 같이
       가보니까 12월부터 도시가스 공사를  한다고 포크레인으로 땅을
       파헤치고 있더군요... 정말 혀 깨물고 죽고 싶더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