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같은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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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05 14:15:31
오늘같은 날은
점심 때
새벽에 마신 술기운도 조금 남았고
잠이 모자라 눈이 아프고
옷이 엷어 몸 떨리는데
비도 조금 맞자니 배가 고파서
동네 골목 허름한 국수집에 들어가
찬물은 딱 한모금만 넘기고
막 설거지를 해 물기 남아있는 수저 젓가락을 받아들고
들릴락말락 나오는 야구중계를 등 뒤로 들으면서
이천원짜리 푸짐하고 뜨듯한 온국수를 후루루룩 맛있게 먹다가
사리 더 줄까 물으시는 할머니한테 괜찮다고 웃으며 대꾸하다가
삭은 새우젓도 살짝 보이는, 죽이게 잘 익은 나박김치
한 번 집어먹는다는 것이 고만, 콱,
고렇게 입안을 담쑥 깨물리고 마는 것이
참으로 어울리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