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네모 혹은 네모난 동그라미...

truerain 2001.10.28 22:31:59

몇년 전에 신해철이 <세기말>음악을 하고 '씨네21'과 인터뷰를
했을 때 사용했던 어법인 것 같은데요 요즘 모 디지털 영화에서
일하면서 참 절실하게 제 입 맛에 맞게 '오독'과 '변용'을 통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일차적으로 시나리오상에 문자로 그려진 장소를 찾기위해  삼청동과 가회동 골목길쪽을 추천했으나 감독님이 원하는 그림은 그런 곳이 아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서울이라는 공간이 참 더럽게 '간지'가 안난다고 생각
하면서도 곳곳에 숨어있는 그 야리꾸리한 공간을 좋아했는데 그런 공간과 감독님이 상상하는 공간 사이에는 크나큰 '괴리감'이 있었
습니다.

작업에 참가한지 얼추 1개월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마다 참 기분이 알록달록하더군요. 전에 했던 단편작업에서
는 내러티브의 '구조'와 '장면화' 에 관해 공부했다면 지금 작업은
그 뭐라고 해야할까요... 영화의 '결'과 '뉘앙스'에 관해서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느껴가고 있는 중입니다.

같이 시나리오를 읽고 어렴풋이 이런 식의 느낌이라고 접근했는데 막상 감독님이랑 노가리를 까다보면 열에 아홉은 제가 '다르게'
해석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하죠.... 에고고..

저는 단순무식하게 이 씬은 '네모'를 말하는 것이다라고 이해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것은 어쩌면 '동그란 네모' 같은 미묘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때가 많았던 것 같더군요

제가 과연 이 작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가끔씩은 도망치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이젠 회의가 조금씩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큭큭
낼도 12시에 회의가 있는데 각각의 스탭이 맡은 일이 있는데
전 아무 것도 발표할 것이 없는데....

'''''''' 그러나 삶은 계속되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