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 지구를 떠나야한다...
winslet
2001.09.27 18:07:24
새벽 두시..왕십리는 조용하다..
가끔 소릴 질러대며 싸워대는 아저씨들 빼고는..
심호흡 한번하고..쌀쌀해진 바람에 옷깃 추스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왕십리가 테러당하는 상상을 하면서..
내가 저 지구핵 까지 무너져 내리는 상상을 하면서..
수억년 전 그곳에서 살았을 미지의 생물의 흔적과 조우하는
망상을 하면서..
그렇게 지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 투성이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숙집들 대문 이곳저곳에서
하릴없는 남정네들의 속삭임..
모두들 전화기를 잡고..
한넘은 술에 꼴았는지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야..내가 너 좋아하는거 아냐..'
한넘은 파자마 차림에 안감은 머리에 담배 꼴아물고
'사랑하는거 알잖냐..'
(그여자는 자길 사랑하는 남자의 차림이 저럴줄 어찌아리)
남정네들의 애처로운 사랑별곡을 다 들으면
조그만 반지하 내 보금자리가 있는,내 방..
고개를 들면 반짝이는 별빛...
만성피로와 만성우울증을 떨쳐내는
상큼한 하루를 꿈꾸며
저 별에서 날 데리고갈 어떤 외계생물로 인해
지구를 떠나는 꿈을 꾸며
난 새벽 세시가 되어서야
그렇게 잠이 든다.....
망상, 상상..
사랑에 대한 바보같은 환상...
우린..다 지구를 떠나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