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바퀴사냥.... 한층 성숙해진 나를 본다.
sadsong
2001.07.30 02:46:25
이제껏 살아오면서
언제나, 한결같이, 여지없이 날 가슴뛰게 만드는것 두가지.
-내 마음을 사로잡는- 여자와.... 콩당콩당.
-번쩍이는 검은 등짝의- 바퀴벌레.... 쿵쾅쿵쾅.
바퀴벌레에 대한 두려움이란....
좀 전, 형방에 바퀴벌레가 출현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형방으로.
형은 신문을 말아쥐고 '이미' 바짝 긴장하고 있다.
컴퓨터를 쓰는중에 바로옆 벽에 "깜짝출현"을 했단다.
(형의 몸과 벽사이 : 25cm 얼마나 놀랬을까....)
거짓말 하나도 보태지 않고, 남자 엄지손가락 크기.
경악. 태어나 본것 중 가장 큰놈.
(큰놈들은 날개 펴고 날아다닌다. 본적 있다. 물론 하강시에만....)
바로 그저께, 방충망 바깥쪽으로 붙어있다 날 놀라게 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던 놈이 분명하다.
그런데.... 집에 바퀴벌레 약이 없다.
급한대로 모기약을 일단 칙~
한방 맞더니 창틀, 책장 밑, 옷걸이 뒤... 이리저리 헤맨다.
놈의 움직임에 눈높이를 맞추며 움직이던 중(마치 스태디캠 따라가듯 ), 갑자기 든 생각.
'명색이 인간인데 겨우 손가락만한 바퀴벌레에 겁먹어서 되겠나?'
'내가 떠는것 몇배 이상으로 저놈은 날 보고 기겁을 하고 있을것 아닌가?'
....
서랍장 옆에서 기어나오는 놈을 일단 돌돌말은 신문으로 내리치는데, 빗맞았다.
다리 두개만이 방바닥에 눌러붙었다 --;
이놈이 잠시 멈칫 하는사이
에라 모르겠다, 옆에 있던 '빨간코팅 목장갑"을 끼고, 엄지와 검지로 확!
얼이 빠졌는지 크게 발버둥치지도 않고,
장갑을 거쳐서인지 느낌이 그다지 거북하진 않다.
어떻게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창문을 열고 저멀리 던졌다.
살생을 워낙 싫어하는지라..
뭐, 모기약에, 다리 몇개 뜯겼으니.... 결국은 죽겠지만.
(죽지 않으면 보복하러 올지도.... 죽일껄....)
장갑의 도움을 받긴 했어도, 일단 이정도로 만족해본다.
장족의 발전. 그래 오늘 한층 성숙해진것이야....
장갑없이 덥썩 잡아볼 그날을 그려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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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 다리의 털(돌기?)만 없어도 맨손승부 해볼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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