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폴란드 바르샤바와 가까워지고 있다.

꿈꾸는자 2001.07.19 04:35:17
5/11 금요일. 베를린행 컴파트먼트에 독일 아저씨와..
컴파트먼트에 독일 아저씨와 나 단 둘이었다. 그래서 누워서 갔다.
벤치의자가 2개가 마주보고 있으니 한자리씩 차지하고, 박정숙 겁먹어 그런지 밤새 잠 한숨 못잤다. 혼자 괜히 무서웠나보다.
(참 이번여행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 침낭. 야간 열차안에서도 그렇고 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도 이불이 찝찝하면 좀 그러니 난 내내 내 침낭 덮고 잤다. 그리고 유럽은 날씨가 종잡을수 없어 그랬는지 침낭이 아주 유용했다.꼭 가져가시길...)
아침에 일찍 난 화장실 가서 세수와 양치질을 했다. 그는 싸운 샌드위치를 먹고 있었다. (역시 싸가지들. 지 입만 입이군.. 속으로 되뇌인 정숙) 그런데 이게 왠일. 나보구 아침 원래 안먹냐구 묻는다. 아니라구 했더니 샌드위치와 보온병 커피를 준다. 너무 다행. 내게 스펠이 있었다. 혹시 누가 내 배낭 훔쳐갈까봐 소리나라고 달아 놓았던 스펠을 얼른 꺼내어 커피를 얻어 마셨다. 그리곤 베를린 좋은 곳을 설면주시면서 그때 너무도 다행히 내가 표를 잘 못 끊은걸 알았다. 우리나라에도 청량리역, 서울역 역이 많듯이 난 중앙역을 가서 바르샤바를 갈껀데 청량리역쯤으로 끊은 것이다.
그 아저씨께 듣고야 알았다. 그리고 지도를 보며 설명해 주셨다. 좋은 곳들을 그러면서 청량리역에서 내려서 보다가 중앙역으로 버스 타고 가는 편이 낫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바르샤바로 가야 했기에 중앙역으로 갔다. 중앙역에 내려 내내 조마조마했다. 여기는 거리로 표값이 달라지므로 돈이 조금밖에 없는데 돈 달라고 하면 어쩌지 내내 걱정이었다. 근데 너무도 다행이 지키는 사람이 없었다.
독일에서 난 거지였다.
내려 난 지도만 사고 보지는 않았다. 그냥 내내 아무생각 없이 걸어 다녔다. 정신이 없다. 이 몽환상태는 언제까지.. 언제쯤 제 정신이 돌아올런지.

베를린....
전화카드를 사서 심경섭씨댁에 전화를 했다. 안받는다. 걱정이다. 당장 오늘 바르샤바에 가서 어디서 자야할지 숙소정보도 없고, 환전할수도 없는데 가면 저녁때라.(유럽은 6시 이후에는 가게들이 거의 문을 닫는다. 셔트를 내릴때쯤 가면 안판다. 꼭 팔겠다. 돈을 더 벌겠다 이런 개념이 별로 없는듯 했다. 우리와 사뭇 다른 모습들..) 걱정이 된다. 그 집에서 자기로 했는데.. 우선 메세지를 남겼다. 베를린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가야 할지, 오늘 저녁에 도착해도 바르샤바로 가야 할지 어쩔지 고민이다.
난 폴란드에 가기위해 독일로 들어왔다. 우츠에 가서 폴란드 영화학교에 가 볼려고... 어쩌지....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안...
한참을 고민하다 죽으란 법은 없으니 생각하고 7시30분쯤 도착하는 기차표를 사고 난 지금 바르샤바로 향하고 있다. (참 유럽기차는 출발시간과 도착시간이 아주 정확하다. 그리고 안내방송이 안나와서 자기가 알아서 시간이 되면 내려야한다. 근데 도착시간이 거의 정확하므로 시간을 보고 내리면 된다. 그래도 불안하면 옆사람에게 물어보는것도 좋고..)
평화로운 독일을 이젠 벗어나고 있다. 잔디와 들꽃이 아름다웠다. 강변 잔디에서 아주 간단한 차림으로 썬텐을 하며 책을 보고 있던 그네들과 시내로 나와 서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던 사람들...
국경을 넘으려니 여권을 검사한다. 여권의 사진과 날 자꾸 대조해본다. 3일째 머리를 감지 못했다. 이런 모자를 벗으란다. 독일남 2명, 폴란드인1명, 우크라이나1명 다 못 알아 듣는 말을 하고 있다. 유채꽃이 가득하다. 온 천지 노란 유채꽃이다. 아름답다. 평화롭다. 여기가 어디냐고 물으니 frankfurt order란다. 아주 작은 시골 마을인데 너무도 아름답다. 다음에는 독일만 한달넘게 여행하리라 생각한다.너무도 아름답다. 지평선과 몇천평의 유채밭. ( 유럽의 색의 그린이다. 유럽엔 원래 나무가 많단다. 너무 좋다. 자연의 향기가 느껴진다. 7월의 생각 여행이 끝나갈 무렵에..)
지금 난 꿈 속.(정말 시차 적응도 안되고, 밤에 잠도 못자고 죽을 맛이다. 너무 정신이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절제와 자유....
지구촌이다. 우린 다 하나다. 영어가 된다면 너무도 좋으련만..

기차안. 화기애애
몇 사람이 내리고 우린 다 영어로 얘기한다.
폴란드 여자2명과 독일남자1명 폴란드 남 1명. 그리고 나.
독일 남자가 사람들에게 다 같이 영어로 얘기하자고 말한다. 날 위해서. 그 사람은 폴란드 남자와 친구고 같이 건축일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바르샤바에 산다고 했다. 독어, 영어, 폴란드어를 한다고 했다. 그는 잘생겼다. 희한하게도 서양인들은 머리털이 좀 없어도 그들에게 어울린다. 영어로 이런저런 얘길했다. 그러다 지도를 보여주면서 호스텔을 가리키며 여기 갈려면 어떻게 가야 되냐고 물으니 자기 집 위치를 가리키며 자기들은 짐이 많아서 택시타고 갈꺼라고 날 호스텔 앞에 세워준단다. 조금 안심이 된다. 그 폴란드 남자와 같은 아파트에 산다고 했다. 폴란 여자 중 한명은 대학생이고, 한명은 일 하는데 찌져진 치마가 섹시했다. 정말 폴란드 여자들 너무 날씬하고 예쁘다.(폴란드에 한 15일정도 있으며 절실히 느낌)
이제 조금 부안을 떨치고 호스텔 가서 자고 역에 내리면 전화를 한번 할꺼다. 그 섹시한 여자애랑 얘기를 하다가 난 내리면 내 친구ㅡ한테 전화를 한번 해보고 안 받으면 호스텔로 간다고 했다. 자긴ㄴ 남자친구 만나러 왔다고 했다. 섹시하고 예쁘고, 상냥해서 사랑받을듯. 도착해서 역에 내리니 지하철과 바로 연결이 된다. 그 친구가 미안한데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빨리 끊으라며 전화기를 내민다. 그 순간의 감동은 와..... 전화하니 받으신다. 역시 죽으란법은 없다.
폴란드오면 커피라도 사 줄려고 전화번호를 적었다. 내내 날 보고 있었다. 걱정이 되었나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절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심경섭씨가 놀라했다. 핸드폰 요금도 정말 비싸고 폴란드 사람들 원래 그렇게 친절하지 않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