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며느리 살해일기.
변희승
2000.09.01 21:20:26
9월 1일 02:42
방금 쥐며느리 한 마리를 죽였다. 방문틀 밑 장판에서 기어나온 것이다. 운좋게도(?)난 문틀 앞에 앉아 있어서 그것이 이불속이나 책상밑, 혹은 책가방속에 숨어들기 전에 찾아낸 것이다.
이놈들은 참...어디서 생기는지도 모르게 계속 나온다. 그리고 또 내가 죽인 것 이외의 다른 것들은 왜 죽었느지도 모르게 죽는다. 방을 한 이삼일 비웠다가 들어와보면 꼭 방 한가운데 두어녀석이 죽어있다(가끔은 자려고 이불을 펴면 그속에서 굴러나오기도 한다). 동그랗게 몸을 감싸고 죽어있기도 하고, 몇개인지 셀수도 없는 많은 다리를 위로 하고 자빠져있기도 하다. 얘들은 왜 죽어있을까? 배고파서? 외로와서? 지들끼리 박터지게 싸우다? 어쩌면 이것들은 방구석 어두운 벽속에 숨어있다가 죽을 때가 되면 빛을 보기 위해 나오는 것일지도 모른다(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혹 그렇다면 방금 홈키파를 뿌려서 죽여버린 이 시체에겐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이번것은 동그랗게 공이되서 죽어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자취방에는 벌레들이 참 많다. 쥐며느리 외에도 모기, 파리, 거미, 개미, 나방은 기본이고 생전 듣고보도 못한 외양과 크기를 가진 것들이 수두룩하다. 며칠만에 집에오면 천장구석에는 거미줄이 쳐져있고.... 매일 '나같은 것도 있어여~'라고 학습시키듯 내게 그 모습을 보인다. 난 그런 것들은 보는대로 처치해버린다. 아주 작은 생물들이지만.... 왜냐구? 이것들은 사람을 구별할줄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이것들이 나 잘때 이불속으로 기어들어와서 콧구멍이나 귓구멍, 혹은 벌린 입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걔들보다 1000배는 큰 나는 1000배는 작은것들을 두려워하여 볼때마다 죽여버린다. 뭐, 그것들은 쥐처럼 찍찍거리거나 피를 토하지도 않고, 까만눈을 하고 불쌍하게 쳐다보지도 않으니까 별 죄책감은 없다. 방금 전 그랬듯이.
때로 난 이렇게도 참 나약하다. 자기보다 엄청 큰 존재도 무서워하고 또 엄청 작은 것들도 무서워한다. 보이는 것들을 두려워하고 보이지 않는 것들도 두려워한다. 아마도 그 두려움때문에 공격과 살해를 정당화하는가보다. 내게 위해를 가할지 모르니 미리 방어하기 위해서. 그리고 무방비상태의 대상을 처치해버린후 스스로 만족한다. '그것봐. 죽여버리니까 아무일 없잖어...'
언제쯤 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까만 동그란 것을 휴지에 싸서 오도독 깨트린 다음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내가 작았더라면, 온몸이 바스라져 휴지통속에 던져진건 나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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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써본 겁니다. 어제에 가입한 이후 오늘 두번째로 방문했는데요,
역시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특히 게시판에 올라온 고민들이 저와 유사한 것들이 많아서 무척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도 조만간 질문사항을 정리해서 게시판에 올리겠습니다. 그때 여러분들, 많은 조언 해주셨으면 고맙겠네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